[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인건비, 임대료 상승으로 더 이상 제조업계 생산지의 매력이 없어진 중국을 벗어나려는 대안으로 인도를 선택한 기업들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비싸진 중국의 대체 생산지로 떠오르고 있는 인도 마저 인건비와 제조원가 급등으로 제조업 활동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8일 보도했다.
인도 북부 하리아나주 마네사(Manesar) 지역에 위치한 혼다 스쿠터 공장은 스쿠터 주문이 쇄도하는데도 제품을 만들면 만들수록 축소되는 마진 때문에 충분한 양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공장에서 요즘 하루에 출하하는 스쿠터 5500대의 제조원가는 확실히 이전보다 비싸졌다. 공장 운영 책임을 지고 있는 스리드하 대표는 "제조원가 상승으로 공장은 마진축소 부담을 견디고 있다"면서 "혼다 브랜드를 달고 출시되는 스쿠터의 100%가 인도산 원자재로 만들어지는데, 원자재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그는 "철강에서부터 알루미늄, 구리, 고무에 이르기까지 모든 원자재가 한 방향으로 상승만 했다"고 덧붙였다.
인도에서 지난 1년간 철강재와 고무 가격이 20%나 올랐지만 혼다는 스쿠터 제조 경쟁사인 바자즈(Bajaj), 히어로(Hero), 스즈키(Suzuki) 등과의 가격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원가 상승분을 소비자가격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 원가 상승분은 고스란히 제조 공장이 견뎌야 하는 부담이 됐다.
혼다의 N.K 라탄 판매·마케팅 담당 대표는 "지난 1년간 원자재 가격이 많이 올랐지만, 스쿠터 업계의 경쟁이 너무 치열해 가격을 조금이라도 올리면 살아남기가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인도의 임금상승률이 가팔라진 것도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고민이다. 공장에서 일하는 비숙련공의 월급은 1년 만에 10%나 상승했고 기술자의 경우 15% 가량 올랐다. 현재 인도 스쿠터 공장 비숙련공의 초봉은 월 7000~1만루피(약 145~207달러) 수준이다.
혼다 스쿠터 공장 인근에 위치한 마루티 스즈키의 공장에서 지난달 29일 노동자들의 대규모 파업 사태가 벌어지는 등 인도 전역에서 불고 있는 잦은 노사 분쟁도 제조업체를 위협하고 있다.
계속되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제조업체들은 자금 조달도 어려워졌다. 인도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9.78%로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국가들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13개월간 최고 수준을 기록한 인플레이션율을 반영해 인도 중앙은행(RBI)은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또 0.25%포인트 인상해 8.25%로 설정했다. 인도는 지난해 3월 이후 18개월 동안 12차례나 금리를 올렸다.
박선미 기자 psm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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