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웃음이 없는 작품은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나는 항상 어떻게 하면 사람을 웃길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웃음은 나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희극이라는 것은 결국 인간이 안간을 보고 웃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것이 바로 내 연극을 관통하는 키워드다.”
‘너와 함께라면’, 미타니 코키
희극 그리고 미타니 코키 일본을 대표하는 극작가 겸 영화·연극 감독 미타니 코키(三谷幸喜)가 돌아왔다. 연극과 영화·TV 드라마 등 장르를 넘나들며 놀라운 재능을 뽐내고 있는 미타니 코키의 1995년 작 코미디 연극 ‘너와 함께라면’(오픈런·코엑스아트홀)이 바로 그 작품이다. 일본에서 1995년 7월 도쿄 파르코 극장에서 초연된 ‘너와 함께라면’은 일본 평단으로부터 ‘최고의 코미디 연극’이라는 격찬을 끌어냈으며, 이후 오사카·센다이·히로시마·나고야·삿포로 등 일본 전역에서 로드 쇼된 미타니 코키의 대표 히트작이다. 국내에서 2010년 7월 ‘연극열전 3’ 여섯 번째 작품으로 초연된 ‘너와 함께라면’은 이후 앙코르를 거듭하며 론칭 1년 만에 소극장 연극으로서는 신화적인 숫자인 8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기도 했다.
“가짜가 진짜가 되는 이야기가 좋다. 거짓말로 가짜가 만들어지고 가짜가 거짓을 연기한 끝에 진짜가 되는 영화 ‘매직 아워’(츠마부키 사토시·아야세 하루카 등이 주연한 미타니 코키의 2008년 작 영화)의 이야기 역시 무명 배우가 마지막에 진짜 주인공이 되고, 가짜 감독이 그에게서 최고의 연기를 이끌어낸다. 결국 가짜가 진짜로 바뀌는 순간 그것은 찰나의 실제이며, 금방 풀려버리는 마법이기도 하다.”
‘너와 함께라면’, 미타니 코키
거짓말과 말장난 사이 금지옥엽 키운 딸이 마흔 살 연상의 ‘늙은’ 남자친구를 가족 모임에 데리고 온다면 어떨까? ‘너와 함께라면’은 흐르는 물에 국수를 띄워먹는 일본 전통 풍습 ‘나가시 소멘 ’ 연례 행사를 준비하던 코이소 가족에게 닥친 요절복통 해프닝이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이제 시작이다. 남자 친구의 존재를 숨기기 위해 거짓말이 또 다른 거짓말을 낳는 과정은 관객들에게 도무지 어느 방향으로 튈지 알 수 없는 럭비 공을 보는 것과 같은 아슬아슬한 스릴감을 안겨준다. 연속되는 해프닝 속에서 물론 ‘웃음’은 끊이지 않는다. 슬랩스틱이나 배우들의 속칭 ‘개인기’에 의존한 헛웃음이 아닌, 유려한 기승전결의 각본과 유기적이고 효율적으로 사용된 7명의 캐릭터 덕분이다. 생각할 틈 없이 치고 빠지는 치밀한 대사들은 ‘희극’과 ‘희곡’ 영역에서의 미타니 코키의 진가를 다시금 확인시킨다.
“세상에는 아주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한정된 시대 안에서 그들을 조감하며 작품을 만드는 방법도 있겠지만, 나는 좀 더 낮은 시선을 가져가고 싶다. 특정한 가족 혹은 집단을 설정해서 그들이 보고 경험한 시대를 그리는 것을 즐긴다는 말이다. 각각의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 여러 사람과 섞이고 엮여가는 과정은 언제나 내 작품의 출발점이다.”
‘너와 함께라면’, 미타니 코키
가족 혹은 주변 사람들 통상 ‘가족’이라는 말로 불리는 ‘잘 알고 지내던’ 사람들 사이에 새로운 ‘아웃사이더’가 끼어드는 상황이니 이들 사이에 묘한 이질감과 긴장감이 흐르는 것은 당연하다. 놀랍게도 이 과정에서 남녀노소를 막론한 ‘너와 함께라면’의 모든 캐릭터들은 조금씩 성장해 간다. 이들은 사랑에 있어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덕목은 ‘진심’이라는 불멸의 진리를 깨닫게 된다. 러닝 타임 100분 내내 쉴 새 없이 웃음이 터진 무대에서 미타니 코키가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바로 여기에 있다. 다름 아닌 희극의 대 전제다.
태상준 기자 birdc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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