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 스위스 최대은행인 UBS의 오스발트 그뤼벨 최고경영자(CEO.67)가 23억 달러(한화 약 2조6000억 원)의 직원의 임의매매 손실에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UBS는 24일 그뤼벨이 사의를 밝혀 이사회는 이를 수용하고 유럽·중동 사업 부문장인 세르지오 에르모티(51)를 CEO 대행으로 지명했다고 발표했다.
에르몬티는 이탈리아 우니크레디트 부대표로 일하다 메릴린치 글로벌 주식담당 공동대표로 자릴 옮겨 일한 후 지난 4월 유럽 공동회장으로 UBS에 합류해 차기 CEO로 언급돼 왔다.
이와 관련, 카스파르 빌리거 UBS이사회 의장은 “이사회는 오스발트 그뤼벨의 결정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그뤼벨은 최근의 임의거래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게 임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그의 타협하지 않는 원칙과 정직에 대한 증거물”이라고 밝혔다.
동독출신의 그뤼벨은 크레디 스위스 그룹에서 37년을 보내고 은퇴했다가 지난 2009년 2월 UBS 회생을 위해 합류했다. 그는 7500명을 감원하는 등 회생작업을 착수했으나 리스크가 큰 투자를 억제해 채권시장 붐을 놓치는 우를 범하기도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뤼벨의 사임과 관련해 “이사회가 불신임 투표를 해 갑자기 사퇴하기로 한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UBS는 23일 싱가포르에서 정례 이사회와 경영진 회의를 열고 후원하는 ‘포뮬러 원 자동차 경주대회‘ 등을 논의했으나 직원 임의거래 손실 문제로 리스크 관리와 투자은행 부문 미래, 그뤼벨의 거취 등을 논의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그렇지만 그뤼벨의 거취에 관한 논의를 매듭짓지 못했고 24일 콘퍼런스콜을 통해 의견을 최종 조율해 그뤼벨의 사의를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UBS의 1쪽짜리 발표문은 이번 투자손실에 대해 이론상 가장 직접 책임을 지고 있는 올해 44세의 카르스텐 켄게터 투자은행부문 대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FT는 그는 UBS를 그만두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UBS는 이사회가 그룹 차기 CEO를 찾기 위해 사내외 평가과정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UBS은행은 이사회가 투자자문과 자산관리, 투자은행(IB) 부문에 대한 집중하는 은행 전략을 계속하겠다 약속하면서도 스위스 정치권이 주장하는 투자은행 부문 사업 중단 요구는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UBS 은행은 또 이사회는 경영진에게 자문과 자본시장 및 고객솔루션에 집중하는 고객중심 전략을 가속화할 것을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UBS그룹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때 500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보고 같은해 10월 스위스 정부에 구제금융을 요청했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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