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UBS, 손실규모 '23억달러'.. 그뤼벨 CEO 인책론도

시계아이콘01분 30초 소요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글자크기

[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자사 트레이더의 미승인 거래로 손실을 입은 스위스 최대 은행 UBS의 피해액이 당초 알려졌던 20억달러보다 더 큰 23억달러로 드러났다. 또 손실을 낸 파생상품부문 트레이더 크웨쿠 아도볼리(31)가 어떻게 이같은 거래를 했는지에 대한 전모도 밝혀졌다.


UBS는 지난주 15일 ‘델타 원(Delta 1)’ 트레이딩 부서의 ETF 트레이더 아도볼리가 미승인 거래로 20억 달러의 손실을 냈으며 3·4분기 실적 역시 손실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아도볼리는 이날 금융사기 혐의로 체포됐으며 16일 런던 치안법원에 출두했다.

18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UBS는 성명을 통해 조사 결과 피해액 규모가 3억달러 더 늘어난 23억달러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아도볼리는 내부 시스템에서 손실을 회피할 수 있는 가상의 ‘헤징 포지션’을 만드는 방법을 이용했으며 이 때문에 내부감시망이 사전에 이를 밝혀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 2008년 프랑스 소시에테제네랄(SG)은행에서 49억유로(72억달러)의 손실을 낸 트레이더 제롬 케르비엘이 했던 방법과 같다.


아도볼리는 최근 3개월간 미국 뉴욕증시 S&P500지수, 독일 DAX지수, 유로스톡스지수 선물 등에 승인절차 없이 상당한 액수를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가장 큰 ‘베팅’은 50억 유로에 가까웠다. UBS의 한 고위 임원은 “아도볼리의 성적은 좋지 않았다”면서 “시장이 최고점에 이른 뒤에 롱포지션(매수)를 취했고 저점까지 추락한 뒤에야 숏포지션(매도)을 냈다”고 말했다.

FT는 아도볼리의 측근들을 인용해 그가 2002년부터 UBS에서 일을 시작한 만큼 ETF 거래의 메커니즘에 매우 능숙하며, 일부 유럽 은행들이 자사에서 실시되는 트레이딩에 승인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는 점도 알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같은 점이 그가 UBS 내부의 자체 감시망을 피해 미승인 거래를 한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FT는 덧붙였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UBS의 신용등급 강등을 검토하겠다고 나선 가운데 이번 사건으로 신뢰도에 치명타를 입은 UBS는 이사회가 은행의 거래 및 승인 시스템을 조사하기 위한 독립위원회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UBS 관계자를 인용해 경영진은 이번 사건이 아도볼리가 단독으로 저지른 일이라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그의 미승인 거래를 사전에 알고도 이를 보고하거나 그를 저지하지 않는 등 문책 대상이 있는지도 조사 중이라고 전했다.


한편 오스발트 그뤼벨 UBS 최고경영자(CEO)는 일각에서 제기된 사임론을 일축했다. 그는 스위스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사임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명확히 밝히면서 “이같은 사건은 금융계에서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UBS 이사회가 그뤼벨 CEO를 해임할 수 있다는 전망도 여전하다. FT는 만약 CEO가 교체될 경우 그의 후임으로 UBS의 유럽지역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세르지오 에르모티가 급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51세인 에르모티는 이탈리아 유니크레디트은행에서 부사장으로 4년간 재직하고 미국 메릴린치에서 글로벌증시부문 공동 CEO를 맡기도 한 베테랑이다. 그가 스위스 국적자란 점도 무시할 수 없다는 평가다. 현 그뤼벨 CEO는 경력의 대부분을 스위스 은행권에서 지냈지만 독일 출신이란 점이 항상 걸림돌이었다.


토비아스 슈트라우만 취리히대학 경제사학 교수는 “이번 UBS 사건은 그뤼벨처럼 투자은행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조차도 ‘천재지변’을 피할 수는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김영식 기자 gr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