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미국이 대만과 F-16 A/B 전투기 145대의 성능 개량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59억달러 규모 무기 계약을 체결하면서 중국과 미국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3일 중국의 외교부와 국방부, 중국 언론들까지 가세해 대만과 무기 계약을 체결한 미국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있는 한편 미국은 중국의 보복에 대응태세를 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대만이 이번에 체결한 무기 계약에 따르면, 미국이 1992년 대만에 판매한 F-16 전투기는 새로운 레이더망과 무기를 탑재한 최신버전으로 업그레이드 된다. 미국은 당초 대만에 새로운 F-16 C/D 전투기를 판매하려고 했지만 중국의 반대 목소리가 워낙 거세 계획을 접었다. 대신 미국은 기존 F-16 A/B 전투기를 업그레이드 하는 것 외에도 대만 전투기 조종사 훈련 프로그램도 확대 지원하기로 했다.
겅옌성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22일 "미국은 대만 무기 판매에 대한 중국의 확고한 반대 의사를 무시했다"면서 "미국과 대만 사이의 59억달러 규모 무기 계약은 중국과 미국의 군사 관계에 심각한 장애를 조성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앞으로의 중-미 관계가 악화되는 것은 모두 미국의 대만 무기 판매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미국이 대만과 무기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에 중국 외교부는 게리 로크 주중미국대사를 불러 강력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훙레이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이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는 것은 엄연한 내정간섭"이라면서 "이와 관련한 유효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전했다.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이 무기 계약을 철회하라고 요구했고 장즈쥔 중국 외교부 부부장도 "미국의 잘못된 행동은 양국의 군사·안보 협력 관계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의 국방 전문가들은 지난해 1월 미국이 대만에 블랙호크 헬리콥터, 패트리엇 미사일, F-16 C/D 전투기 등이 포함된 64억달러 규모 무기 판매 계획을 밝힌 직후 미국과 중국의 일부 군 교류 프로그램이 중단됐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스인홍 중국 인민대 교수는 "중국과 미국의 군사 교류가 부분적, 혹은 일제히 중단될 수 있다"면서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드러냈다.
중국 언론들도 미국과 대만의 거래가 앞으로 중국과 미국의 외교 관계도 훼손시킬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하다는 내용의 보도로 미국을 압박했다. 일각에서는 올해 연말로 예정된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의 미국 방문이 영향을 받을 수 있고, 미국의 최대 채권국인 중국이 보유 채권을 대량 매각해 미국에 보복할 것이라는 얘기들도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미국쪽에서는 이번 계약이 대만에 대한 안전 보장 조항을 담고 있는'대만관계법(TRA)'에 의한 것이고 대만 군의 방어 능력 강화는 대만 해협의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국이 대만에 새로운 F-16 C/D 전투기를 판매하지 않은 만큼 중국에 많이 양보했다는 입장이다.
미국의 외교 문제 전문가 존 페퍼는 "미국의 이번 결정은 중국과의 마찰을 최소화 하기 위해 새로운 무기를 파는 것이 아닌, 기존 전투기를 업그레이드 한다는 것"이라면서 "미국도 새로운 무기 판매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익을 포기한 것인 만큼 내리기 힘든 결정이었을 것이고, 이번 계약으로 중국과 미국의 군사 관계에 금이 간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박선미 기자 psm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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