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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수도권매립지 악취는 '국가적 망신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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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들은 인천공항의 시설과 서비스에 감탄한다. 당연히 한국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갖게 마련이다. 하지만 서울로 들어오기 위해 영종대교를 넘는 순간 인천공항에서의 호감은 단번에 사라진다.


인근 수도권쓰레기매립장에서 나는 악취 때문이다. 이 냄새가 얼마나 외국인들에게 충격적인 지는 재외 교포들이 잘 안다.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 온 외국인들에게 인상 깊었던 점을 물었더니 '쓰레기 썩는 냄새'라는 대답을 듣고 경악했다는 얘기가 나돌 정도다.

이처럼 1992년 인천 서구 백석동에 매립지가 조성된 후 2002년 인근 영종도에 인천공항이 개항하면서 수도권매립지의 악취는 '국가적 망신거리'가 됐다.


문제는 공해덩어리인 악취가 갈수록 심해지는 것은 물론 해결하려는 노력이 안 보인다는 점이다. 최근 인천시-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의 공동조사 결과 매립지 안에서 측정된 악취의 주원인인 '황화수소'의 농도가 최소 농도의 1760배에 달했다. 매립지가 오래되면서 가스 포집을 위해 묻어 놓은 관들이 파손되고 땅이 갈라져 가스가 새고 있다. 최근 들어선 음폐수(飮廢水) 처리 시설을 만들면서 밀폐 상태로 유지하지 않는 바람에 악취가 확산되고 있다. 쓰레기 소각 시설을 기준보다 낮게 가동해 잔여 물질이 가스화 되면서 나는 냄새도 심각하다.

이런 상황에서 인천공항을 오가는 내외국인들 외에도 청라국제도시 주민들의 고통도 극심하다. 지난 8월 한 달 동안 주민들이 낸 악취 관련 민원은 300여 건에 달한다. 새벽 1~2시에도 악취가 나는 바람에 불면증과 두통ㆍ구토를 호소하고 있다.


수도권매립지공사와 인천시는 책임 회피에 급급하다. 인천시는 20일 수도권매립지공사를 탓했다. 관리를 잘못했으니 1000여 억 원 등 조속한 시설 투자 등을 통해 냄새를 줄이라는 것이다. 반면 수도권매립지공사는 "할 만큼 하고 있다"며 보강 계획을 공개했다. 그러나 현실성 없는 예산 조달 방안을 제시해 얼마나 실현될 지 의문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다. 지난 20년간, 앞으로도 상당기간 악취에 시달릴 인근 주민들의 고통은 어떻게 치유할 것이며,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에게 새겨진 부정적인 이미지는 어떻게 바꿀 것인가. 참으로 '국격'(國格)을 논하기도 어려운 처지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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