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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된 전력관리, 안 통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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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정전사태, 무엇이 문제였나<하>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9.15정전은 전력당국의 판단착오와 위기대응 시스템 부재(不在)로서 언제라도 일어날수 있었던 사고다. 현재까지는 전력거래소가 지식경제부에 전력상황을 잘못 보고한 책임이 큰 쪽으로 결론이 나는 분위기다.


최중경 장관의 설명에 따르면 순환정전 사태가 시행되기 30여분 전인 15일 오후 2시30분께 지경부의 전력수급 모니터에는 390만kW 규모 예비전력이 표시돼 있었다. 예비전력 400만kW 미만은 초기 위기 상황인 '관심단계'다. 자율절전(계약된 기업의 전압 축소)을 시행하는 300만kW 이하도, 직접부하(계약된 기업의 전력 일부 중단)를 실시해야 하는 200만kW 이하 수준도 아니다. 전력거래소는 이날 오후 2시1분부터 자율절전과 직접부하를 실시했다.

하지만 당시 실제 예비전력은 46만5000kW에 불과했다. 2시간 이내에 가동할 수 없는 202만kW와 기온상승으로 발전소의 실제 출력이 떨어진 117만kW 등이 수치에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매뉴얼대로라면 실질예비력이 100만kW 이하로 떨어졌던 오후 1시35분은 이미 '심각' 단계의 경보를 발령하고 순환정전 조치를 실시해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더구나 실질예비력이 100만kW 이하인 위기 상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염명천 이사장은 과거에도 실질예비력이 100만kW 이하인 상황이 있었지만 지식경제부에 보고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대응했다고 국정감사장에서 말했다.

위기 관리 시스템이 가동되기 위해선 전력의 A부터 Z까지 유기적으로 시스템이 돌아가야 한다. 그러나 정부와 한전이 공개했던 예비전력 상황도 엉터리였고, 발전회사 실무자들의 경고도 묵살 당했다. 이상기후가 예상된다는 기상청의 예보도 무시됐다. 최악의 상황으로 짜 맞춘 듯한 상황 전개는 관료주의의 폐해와 함께 위기 대응 매뉴얼이 없다는 점이 그대로 노출됐다.


전력거래소가 전력수요를 잘못 예측하고 갑자기 치솟은 부하상승에 적절한 대응을 못한 것은 기존 전력산업의 구조적 한계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국내 전력산업은 전원개발, 설비 건설, 설비 운영 등을 종합적으로 한국전력에서 수행해 왔으나 2001년 전력산업구조개편을 통해 한전과 발전사 5곳 , 한수원 1곳, 전력거래소 등으로 8등분됐다.


실제 설비를 보유하고 전력을 공급하는 한전과 계통운영을 담당하는 전력거래소의 업무가 분산돼 있다. 국회 지경우 소속 한나라당 권성동 의원은 "9.15정전의 근본적인 원인은 분산된 전력시스템의 관리체제로 전력설비의 운영과 통제 주체가 분리되면 유기적인 협조체제가 이뤄지기 어렵다"면서 "한전과 전력거래소의 분할 이후 여러 문제점이 드러난 만큼 재통합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중경 장관은 "여러가지 착오와 허수계상으로 급박한 상황이었는데 의사결정권자에게 전달이 안 됐다"며 "대응할 시간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전파 체계가 잘 마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황식 총리도 "정부 합동 점검단을 중심으로 이번 사태의 발생 원인과 대응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철저히 분석해 전력관리시스템을 전면 보완해달라"고 당부했다. 현재의 전력 관리시스템이 총체적인 문제에 빠져있음을 장관도 총리도 시인한 셈이다.




이경호 기자 gungho@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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