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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종 “축의금 3만원, 애정남이 정해준 금액이니까 당당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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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종 “축의금 3만원, 애정남이 정해준 금액이니까 당당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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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문제. 평소에 연락 한 번 없던 친구가 갑자기 결혼을 한다는데 축의금을 얼마나 내야 할까? 3만원을 내자니 ‘쪼잔’해 보이고 그렇다고 5만원을 내자니 괜히 망설여지고, 애매하다. 그렇다면 두 번째 질문, 헤어진 여자 친구에게 얼마짜리 선물까지 돌려받을 수 있을까? 이것도 역시 애매하다. 하지만 KBS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의 ‘애정남’(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이 출동한다면 어떨까. 결혼식 비수기라면 3만 원, 성수기면 5만 원, 친구 부모님이 내 이름을 알면 10만 원이다. 10만 원 넘는 선물은 이별 후에도 착불 택배로 돌려받을 수 있다. 감히 그 누구도 건드리지 못했던 영원한 숙제들을 매주 풀어나가는 ‘애정남’ 최효종은 일종의 구원자다. “노래방에서 시간 아까워서 간주점프 누르고 시작하는 사람들”을 콕 집어내던 ‘행복전도사’부터 남자들의 진상 패션과 행동을 ‘뙇!’ 파헤친 ‘심리술사 마스터 최’, 식상한 술자리 게임을 새롭게 만들었던 ‘트렌드 쇼’까지 디테일에 강한 개그맨 최효종은 인터뷰에서도 깨알 같은 답변을 속사포처럼 쏟아냈다. 글을 읽어 내려가는 사이, 자신도 모르게 ‘애정남’의 부릅뜬 눈이 보이고 전라도 사투리가 들리는 희한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10LOGO#> 추석 때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올린 ‘추석특집 애정남’ 편은 전국의 며느리들을 위한 ‘애정남’이던데요? (웃음)
최효종:
<개콘> 추석특집 편에서 하지 않은 질문들만 모아서 대답해주면 좋을 것 같아서 <개콘> 녹화 끝나고 PD님께 따로 말씀을 드렸어요. 네티즌들이 많이 하는 질문들을 좀 재밌게 풀어보자.


<#10LOGO#> 하지만 원래 ‘애정남’의 핵심은 연인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애매한 일들이잖아요. 아이디어 회의를 하다보면 각자의 경험담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겠어요.
최효종:
저희가 모두 20대 중후반 남자들이다 보니까 연애 부분을 짜기가 가장 쉬워요. 각자 경험담을 털어놓으면 성격이 다 나와요. 저는 약간 다혈질이고, 신종령 씨는 소심하고, 류근지 씨는 좀 쿨한 편이고. 특히 저는 연애를 좀 오래하다 보니까 여자 친구랑 싸우는 부분에 있어서 이미 통달을 했어요. 팀원들이 저보다 나이가 많은데, 제 얘기 듣고는 ‘우리 중에서 네가 제일 애늙은이 같다’고 말해요.

“축의금을 조금 낼 수 있게 도와드렸다는 게 기쁘죠”


최효종 “축의금 3만원, 애정남이 정해준 금액이니까 당당하게!” “‘애정남’의 가장 큰 목적은 대다수가 원하고 있는데 아무도 정해주지 못하는 기준을 제시하는 거예요.”


<#10LOGO#> 처음부터 연애를 주제로 한 코너였나요?
최효종:
원래 법을 제정하는 재판 코너였어요. 근데 21세기 코미디 시장에 재판하는 그림은 좀 올드하잖아요. 우리가 헌법재판소가 아닌 이상 법이 아닌 것들 중에서 뭔가를 정해주는 건 어떨까. 법에 위배되진 않지만 도덕적으로 잘못하는 사람들한테 형벌을 내리자. 예를 들어 식당 주인이 돈을 좀 벌었다고 불친절해진 거예요. 근데 또 맛있으니까 아예 안 갈수는 없고, 애매한 상황이죠. 그러면 우선 식당을 가긴 가되 주인한테 가학행위를 하는 거예요. 그렇게 대학로 소극장에 코너를 올렸는데, 관객들이 대상을 심판하고 때리는 것에서 희열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말을 대신 해주는 것 자체를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답답하고 애매한 것들을 정해주는 방향으로 바꿨죠.


<#10LOGO#> 대학로 소극장은 방송보다 좀 더 자유로운 공간이라 이것저것 시험해볼 수 있는 여지가 많았을 것 같아요. 관객들에게 직접 피드백을 받을 수도 있고.
최효종:
그래서 소극장에서는 관객들의 질문을 받았어요. 털털한 여성분이 친한 남자친구가 있는데 걔가 자길 여자로 좋아하는 건지 친구로 좋아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물어보시는 거예요. 가끔씩 손도 잡고 영화도 보는데 절대 사귀자는 말은 안 한다, 도대체 이 남자의 마음은 뭐냐. 근데 이런 멘탈적인 부분은 저희도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에요. 진짜 자기를 좋아하는 건지 단순한 어장관리인건지는 그 남자의 입장이 되기 전까지는 모르죠. 단, 저희가 보편적인 기준은 정해드릴 수 있는 거죠. 우리끼리 약속을 정하는 거예요. 일주일에 세 번 이상 만나면 무조건 사귀는 거다, 이런 식으로. 공연장 반응이 좋아서 <개콘>에 올려도 괜찮겠다 싶었어요.


<#10LOGO#> <개콘>에서는 첫 회부터 빵 터졌죠.
최효종:
<개콘> 회의 때 보여드렸더니 PD님이 저하고 잘 어울리는 개그라고 큰 수정 없이 속전속결로 올리자고 하셨어요. 첫 녹화도 편집되지 않고 바로 방송에 나갔어요. 사실 시청자들과 소통하고 피드백을 많이 받아야 된다는 점이 ‘트렌드 쇼’ 코너와 좀 비슷해서 걱정했는데, 녹화 때마다 좋은 느낌을 많이 받고 있어요.


<#10LOGO#> 시청자 사연을 소개하기도 하는데 매주 질문을 어떻게 선정하세요?
최효종:
저희 코너의 가장 큰 목적은 대다수가 원하고 있는데 아무도 정해주지 못하는 기준을 제시하는 거예요. 보편적인 질문 위주로 뽑아요. 축의금도 누구나 조금 내고 싶어 하잖아요. 그 안에서 제가 디테일한 부분을 짜는 거죠. 제가 축의금을 조금 낼 수 있게 도와드렸다는 게 기쁘죠.


<#10LOGO#> 결혼식 비수기 때는 남들 눈치 볼 필요 없이 3만 원만 내도 되는? (웃음)
최효종:
그렇죠. 애정남이 정해준 금액이니까 당당하게! 마치 하나의 개그처럼 재밌게 낼 수 있는 거죠.


“사람들이 인생의 전부를 걸고 <개콘>을 보는 건 아니잖아요”


최효종 “축의금 3만원, 애정남이 정해준 금액이니까 당당하게!”

<#10LOGO#> 축의금 같은 경우는 남녀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기준을 정해주지만 연애에 관해서는 ‘남자는 늑대’라는 사실을 전제하고 있는 것 같아요. 가령 여자는 종교 있는 오빠나 외국에서 살다 온 동창을 만나면 안 되지만 남자는 모든 여자를 만나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하는 부분이요.
최효종:
그동안 ‘두분토론’이나 ‘남성인권보장위원회’에서는 불쌍한 남자들에 대해 많이 다뤘는데, 사실 연애할 때 남자가 여자한테 잘못하는 비중이 좀 더 크잖아요. 그걸 숨기면 조금 애매해지니까 일단 남자는 나쁜 놈으로 단정 짓고 코너를 짜자고 얘기했어요. 접고 들어가자. 그래야 코너 짜는 것도 편하고, 우리도 시원하게 웃길 수 있고, 사람들도 쉽게 공감할 수 있다고.


<#10LOGO#> 그 전제가 가장 확실하게 드러나는 부분이 바로 ‘자동차 시동이 꺼지면 이성도 같이 꺼진다’는 대사였는데, 혹시 실제 경험담인가요?
최효종:
제 경험담이죠. 지금 여자 친구와 초반에 연애할 때 친한 여자선배가 많이 태워줬어요. 저를 데려다주고 그냥 헤어지면 기분이 별로 안 나쁜데, 도착해서 시동을 끄고 얘기를 하면 기분이 나쁜 거예요. 기준을 정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제가 느꼈을 때 제 기분이 나쁜가, 안 나쁜가 인 것 같더라고요. 그렇게 접근하니까 개그 짜기가 훨씬 수월했어요. 아, 자동차 시동이 꺼졌을 때 내가 잠깐 정신줄을 놨었구나. (웃음)


<#10LOGO#> 사람들의 속마음을 끄집어내는 디테일함도 훌륭하지만, 거의 테이블에 올라가기 직전의 자세로 눈을 부릅뜨고 말하니까 더 설득력 있는 것 같아요. 그런 포인트는 어떻게 만들어내셨어요?
최효종:
개그를 다듬는 노하우는 많이 쌓였는데 그런 말투나 개그코드는 잘 못 살려요. 쑥스러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라 무대 위에서는 연기라고 최면을 걸어요. 이번에도 첫 녹화 들어가기 직전까지 어떻게 해야 재밌을까 고민하다가 팀원들한테 장난삼아 눈을 희번덕거리면서 ‘열심히 할게잉!!’ 이렇게 말했는데, 그거 재밌다고 무대에서도 그렇게 하라고. 제가 사석에서 다른 술집으로 자리 옮길 때 그렇게 설득하거든요. 최면걸 때 동글동글 놀아가는 눈빛처럼 눈 크게 뜨면서.


<#10LOGO#> 비단 ‘애정남’ 뿐만 아니라 ‘행복전도사’부터 ‘트렌드 쇼’, ‘심리술사 마스터 최’까지 올리는 코너마다 연이어 좋은 반응을 얻었는데, 갈수록 더 잘해야 된다는 부담감을 느끼세요?
최효종:
사람들이 인생의 전부를 걸고 <개콘>을 보는 건 아니잖아요. 그냥 지나가면서 웃고 싶을 때 가볍게 보시는 건데, 저도 그런 마음으로 코너를 짜고 있어요. 이 코너를 완전 대박내야겠다,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진출하기 위한 발판으로 삼아야겠다, 이런 욕심을 버리고 그냥 웃겨드리는 것에만 충실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코너가 잘 나오더라고요. 근데 이게 또 머리가 크면 요령이 생겨요.


<#10LOGO#> 어떤 요령이요?
최효종:
‘행복전도사’가 ‘다들 표정들이 왜 그래요? -하는 사람들처럼’이라는 유행어가 있었잖아요. 이게, 라디오 CM이 하나씩 들어오는 거예요. ‘심리술사 마스터 최’를 할 때도 유행어 ‘뙇!’이 있으니까 CM이 들어오고. 유행어를 만들면 라디오 CM도 들어오고, 예능 프로그램에 한 번씩 출연하기도 좋구나. 그러다보니까 코너를 짤 때 유행어를 염두에 두게 되는 거죠.


<#10LOGO#> 혹시 ‘애정남’의 ‘했습니다잉’도 의도된 유행어였나요?
최효종:
이번에는 진짜 아무것도 안 만들었어요. 그냥 좋은 후배들이랑 좋은 코너 한 번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전부였어요. 코너 검사 맡을 때 선배들이 그 대사 덕분에 광고 많이 들어오겠다고 하셨지만 저는 그런 생각 1%도 안 했거든요. 그러다보니까 개그 자체의 재미가 많이 높아진 것 같아요. 억지스러운 게 없잖아요.


“드라마 형식의 코미디를 연출해보고 싶어요”


최효종 “축의금 3만원, 애정남이 정해준 금액이니까 당당하게!”

<#10LOGO#> 물론 그럴 의도는 없었겠지만 그래도 결과적으로는 광고제의가 좀 들어오지 않나요?
최효종:
음... 한두 개 정도? (웃음) 아직까지는 많이 안 들어왔어요. 타사제품과 비교할 때 굉장히 좋은 콘셉트잖아요. 물론 타사제품 광고주한테는 평생 죽일 놈이 되겠지만. (웃음)


<#10LOGO#> 혹시 욕심나는 광고가 있어요?
최효종:
이왕이면 대기업 제품으로 하고 싶어요. 휴대폰은 한 번 말실수하면 몇 조원이 왔다갔다하니까 안 되고, 자동차 같은 건 큰 맘 먹고 사는 건데 괜히 제 말 듣고 잘못 선택하면 욕먹으니까 안 되고, 간단하게 뭐, 의류 브랜드 같은 거 귀엽잖아요. 사실 제일 좋은 건 보험광고죠.


<#10LOGO#> 왜 보험광고가 좋은가요?
최효종:
보험광고야 기가 막히죠. 하나하나 딱딱 집어서 설명해주면 되잖아요. 자연재해 이거 애매합니다잉, 하지만 저희 자연재해 해드립니다. 만기 시 환급, 이것도 애매~해요. 저희는 만기 30년으로 정해드려요. 제가 아직 나이가 어리니까 상조 쪽은 좀 어렵고 암 보험도 살짝 무겁고, 자동차 보험이 제일 낫겠네요.


<#10LOGO#> ‘애정남’ 이후의 코너도 준비하고 있나요?
최효종:
이미 대학로 공연장에서 선보이고 있는 코너가 있어요. ‘애정남’ 코너가 끝나기 전에 올리고 싶은데, 회의를 거쳐서 결정되는 거니까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선후배들이 같이 코너 짜자고 하면 거절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몇 개 더 준비하고 있어요.


<#10LOGO#> 이제는 후배들과 함께 코너를 이끌어가는 위치에 올랐는데, 현재 개그맨으로서 가장 큰 목표는 뭔가요?
최효종:
저는 대한민국 아버지들처럼 바쁘고 치열하게 사는 게 참 즐겁거든요. 하지만 천년만년 이 일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사람 머리라는 게 한계가 있는 거고, 제가 가진 모든 걸 쏟아 부어도 개그를 못하게 되는 시기가 오겠죠. 그래서 한 번 생각을 해봤는데 저한테 제일 중요한 건 창의적인 활동을 하는 거예요. 좋은 선후배들과 모여서 비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이라든지 과거 MBC <테마게임>이나 SBS <헤이헤이헤이>처럼 드라마 형식의 코미디를 해보고 싶어요. 제가 연기력이 뛰어나거나 마스크가 좋은 개그맨은 아니니까 그 안에서 연출이나 기획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커요.


<#10LOGO#> 그럼 최효종 PD? (웃음)
최효종:
제가 PD가 되겠다는 건 아니고요, 많은 선후배들 사이에서 중간 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는 거죠. 요즘 각 방송사에서 코미디 프로그램을 하나 둘 씩 부활시키고 있으니까 한 1~20년 뒤에는 가능하겠죠?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0 아시아 글. 이가온 thirteen@
10 아시아 사진. 채기원 ten@
10 아시아 편집. 이지혜 seve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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