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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노인사 누가 나와도 박근혜 흔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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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격인터뷰] 이병완 광주시 서구 구의원, 전 대통령 비서실장

"친노인사 누가 나와도 박근혜 흔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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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의철 기자]이병완 광주시 서구 구의원(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8일 "폭발적으로 분출되고 있는 복지수요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돼 나타나는 것"이라며 "진보와 보수 누가 집권하든 집권후엔 자신의 지지세력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게 국정을 펼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구의원은 아시아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는 국가공동체의 가치와 지지세력의 가치가 항상 같을 수는 없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지지세력에게 인내와 헌신을 요구할 수 있는 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구의원은 "지금은 대한민국 혼자 잘한다고 해서 글로벌 경제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는 시기가 아니다"며 "국가공동체를 어떻게 이끌고 나가야겠다는 지도자의 통찰이 그래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구의원은 또 "국민이 원하는 것, 걱정하는 것을 먼저 읽고 대응해나가는 능력이 있어야 하며, 이것이 곧 시대정신이자 국정철학의 본질"이라고 덧붙였다.


고 노무현 대통령 시절 비서실장을 지냈던 이 구의원은 소위 친노 3인방이라고 불리는 유시민, 문재인, 김두관에 대해서 "유시민은 세대별로 폭넓은 지지를 받는 실력있는 정책가, 문재인은 사리 판단에 명징한 존경스러운 분, 김두관은 축적된 경험과 돌파력을 가진 정치인"이라고 각각 평한 뒤, "범 야권이 통합만 된다면 세분 가운데 누가 나와도 '박근혜 대세론'의 충분한 대항마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청와대 비서실장 출신의 구의원'. 이병완 광주시 서구 구의원(57)을 규정짓는 단어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그는 이같은 시선으로부터 어느새 자유로워진 듯 보였다. "지금 입고 있는 구의원이란 옷이 너무 편하다"는 이 의원은 "지역 주민들로부터는 여전히 스킨십이 모자란다고 혼나고 있다"며 예의 그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는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국민참여당 후보로 광주시 구의원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이라고도 할 수 있는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후의 변신이었다. 어느덧 기초의원 활동도 1년을 훌쩍 넘은 이 구의원을 서울 시내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이 구의원은 한양대 언론정보학과 객원교수로 강의를 위해 매주 한번 씩 서울을 찾는다. 다음은 일문일답.


"친노인사 누가 나와도 박근혜 흔들 수 있다"


-구의원 하는 재미는 어떤가.
" 개인적인 즐거움과 함께 현실적인 어려움도 많다. 뒷골목 구석구석 아는 토박이가 아니라는 점에선 분명히 한계가 있다.내가 잘 할수 있는 일에 열중하려한다.지방자치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제도적 미비점들을 나름대로 탐구하고 정리해 알리고 싶다.중앙정치가 지방자치에 생각보다무심하다."


-중앙정치 무대와는 많이 다르지 않나.
" 1년 좀 넘게 활동해보니 여전히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의 하부단체화 돼 있구나 하는 걸 느낀다. 중앙에서 다루는 예산이 수십, 수백억원이라면 여기선 수백, 수천만원이다. 그렇지만 구민들에겐 훨씬 더 중요하고 피부에 와 닿는 예산이다. 중앙의 관점에서 보면 보이지 않는 것들도 보이고...그러면서 많이 배우고 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도 예정돼 있고, 내년 총선 대선까지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어떤 세력이 집권을 하든 보다 중요한 것은 집권 이후다. 지금 세계는 대한민국 혼자서 잘할수도 없지만 혼자 잘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일이 별로 없다.특히 경제가 그렇다.세계 각국이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풀어나가야 하는데, 미국 중국 일본 유로존 모두 내부 문제에 발목이 잡혀있다. 각자도생의 길로 가면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


-경제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얘긴가.
"그렇다. 국가부채,가계부채, 물가, 실업, 사회양극화 어느 하나 만만한 게 없다. 여기에다 폭발적인 복지 수요까지 터져나오고 있다. 바닥 현장에서 보니까, 세대를 막론하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엄청나다. 베이비붐 세대들(54년~63년 출생)이 나이로 40대 말이나 50대 초인데 벌써 직장에서 퇴출당하고 있다. 그런데 이 시기는 인생에서 사회적 비용이 절정에 달하는 나이다.자녀 대학교육 시켜야지, 혼사 준비해야지, 노부모 부양에서도 자유롭지 못한데, 자식과 자신도 백수신세다 보니 총체적인 불안감이 생기는 것이다."


-포퓰리즘도 이를 반영하는 것 아니겠는가.
"어느 시대건 포퓰리즘이 아닌 정치는 없었다. 진성성과 실천의 문제다.현 정부야말로 포퓰리즘으로 집권했다. 다만 진보건 보수건 국민들의 이런 불안감을 외면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된다. 정치의 궁극적인 목표는 공동체를 어떻게 유지 발전시켜나갈 것인가 하는 건데, 단기적이 아닌 중장기적인 로드맵이 필요하다."
-현 정부의 동반성장이나 공생발전도 이런 문제의식이 있어 보이는데.
"여권이든 야권이든 인식은 큰 차이가 없다고 본다.지금 '공생발전' 운운하지만 공생은 국정운영의 본질이다.정치구호가 아니다. 집권 초부터 이런 문제에 대해 철학과 인식을 갖고 대응했어야지. 국정 철학과 이를 토대로 한 정부 운용 능력이 그래서 중요하다."


-그건 순발력인가 통찰력인가.
" 국민이 원하는 것, 국민이 불안해 하는 것, 거창하게 말하면 시대정신인데, 이것을 읽고 본질적인 대응을 할 수 있느냐 하는 건, 인식과 철학의 문제다."


-그렇다면 차기를 노리는 정치세력은 어떻게 해야 하나.
"답은 나와 있는 것 아닌가. 예컨데 복지문제를 보면 어떤 집권 세력도 복지에 대한 수요를 외면할 수 없다. 그렇다고 복지에 대한 요구를 다 들어줄 수도 없다. 야권이 집권했다고 해서 지금 거론되는 복지 정책들을 다 들어줄 수 있을 것 같은가? 그랬다간 나라가 거덜나지. 반면에 여권이 다시 정권을 잡는다고 해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이에 기초한 복지 수요를 외면할 수 있겠나? 그럴 수도 없다. 재정문제만 보더라도 한편으론 긴축을 하고, 또 한편으론 지출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집권 이후에 자신의 지지세력으로부터 자유로운 국정리더십을 펼치는 게 중요하다."


-그게 말처럼 쉬울까.
"어렵지. 그러니까 리더십, 그것도 민주적 소통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국가공동체의 지향과 지지세력의 가치가 항상 같을 수는 없다. 또 반대세력은 항상 존재하기 마련이다.최선의 방법은 민주적 리더십이다. 여기에 국가공동체를 어떻게 끌고 나갈 것인가 하는 지도자의 통찰이 필요하다."


-자신의 지지세력을 집권 후에 외면하는 것은 배신 아닌가.
"그런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거지. 향후 누가 집권하더라도 마찬가지다. 국민들에게 무엇을 해주겠다는 것보다 인내와 헌신을 요구해야 할 일이 더 많을 것이다.예를 들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복지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선 법적 제도적 정비와 시간이 필요한데, 그러기 위해선 지지세력이나 반대세력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리더십이 요구된다. 미국과 유럽의 부자들이 세금 더 내겠다고 선언했다. 왜 그럴까를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사회적 혜택을 많이 받은 쪽이 공동체에 대한 책임이 더 크기 때문 아닌가.공동체의 위기를 부자들이 미리 예방하자는 것 아닌가.진보나 보수의 관점이 아니다. 이같은 시대적 관점을 설득하고공감케하는 당당하고 투명한 민주적 리더십과 정책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친노인사 누가 나와도 박근혜 흔들 수 있다"


-현 정부도 외견상으로 보면 그렇게 하는 것 아닌가.
"경험적으로 정책이 실효성이 있으려면 경제주체들이 정부를 신뢰해야 한다. 신뢰가 없으면 공감이 없고, 진정성이 없으면 따르지 않는다. 지시나 강압으론 겉치레 시늉만 할 뿐 정책의 효력을 기대할 수 없다.98년 외환위기 땐 서민들이 금모으기를 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땐 부자들이 금 사재기를 했다."


-대통령은 진정성을 갖고 있는데, 국민들이 몰라준다는 섭섭한 느낌이 들 때가 있지 않을까. 노무현 대통령도 누구보다도 섭섭했을 법한데.
"적어도 민주적 절차로 대통령이 됐을 때 사적인 이해관계나 욕망으로 국정에 접근하는 사람은 없다고 본다. 국민들이 몰라줄 때 섭섭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통령이란 자리가 모든게 자기 책임이지 남탓하는 자리는 아니지 않나? 결국 스스로를 성찰하고 대응조치를 해나가는 수밖에 없다."


-참여정부도 욕은 참 많이 먹었다.
"변명을 하자는 게 아니라 참여정부의 출범을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세력들이 많았다.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언론으로부터도 도를 넘는 일방적 공격을 받았다. 그럼에도 분명했던 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도가 오르락 내리락 했고, 때로는 20% 대로 바닥을 긴 적도 있지만 그럴 때도 대통령의 진정성을 믿는다는 비율은 항상 50% 이상이었다."


-그런 점에서 노무현 정부와 현 정부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뭐라고 보나.
"참여정부 자체가 비주류 정권이었다. 소수세력에 의한 집권이었다. 그렇다면 선거에서 어떻게 이겼느냐? 시대정신을 잘 읽었던 거지. 노 대통령 후보 시절 이나 재임때 연설을 들어보면 일관된 주제가 원칙과 상식, 제왕적 권력의 해체, 국가 균형발전 등이었다. 정책으로 실천했다.내 기억으론 노 후보의 당시 공약 중에서 '잘 살게 해주겠다' '돈 벌게 해주겠다' 이런 것은 없었다. 반면 지금 정권은 가난한 사람은 가난한 사람대로, 강남 사람은 강남 사람대로, 주식을 가진 사람, 부동산 가진 사람 모두 '잘 살게 해주겠구나''돈 벌겠구나' 하는 착각이 들게 했다. 물론 실현될수도 없고 되지도 않았지만."


-다음 대선을 준비하는 후보들도 참고해야 겠다.
"우리나라 역대 대선은 결국 인물선거였다. 총선이나 지방선거는 정권 심판의 분풀이 성격이 강하지만 대선은 항상 인물싸움이었다. 그래서 대선은 이미지 싸움이고 이는 곧 컨텐츠 싸움이다. 이미지란 한 인간이 축적해온 콘텐츠의 투영이기 때문이다."


-진보진영에선 박근혜 대세론에 대항할만한 인물이 있나.
"인물은 다들 충분하다고 본다. 다만 범 야권으로 봤을 때 통합과 협력의 과제가 있다. 이 과제를 어떻게 지혜롭게 풀어나가느냐가 중요하다."


-소위 친노 진영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세 인물을 평가한다면?
"유시민대표는 20대 30대 40대에서 열렬 지지층을 가진 보기드문 정치인이다. 복지부 출신 공무원들 얘기를 들어보면 유 장관 시절 복지부가 아주 활력이 있었다고 한다. 시대가 필요로 하는 인문학적 소양도 풍부하다.
문재인이사장은 사리판단에 분명하고 맑은 명징한 분이다. 학생때부터 변호사, 청와대시절에도 소신과 원칙을 저버린 적이 없고 대의에 헌신할 줄 아는 존경스러운 분이다.
김두관지사는 리틀 노무현 이라고 불릴 정도로 자기 삶의 가치를 일관되게 개척해온 분이다. 축적된 경험과 돌파력을 갖춘 흔치않은 정치인이다. 말하고 보니까 세 분의 장점만 얘기했는데 단점은 다른 쪽에서 말하겠지.(웃음)


-세 분 중의 한명이 대선 후보로 한나라당후보, 특히 박근혜와 본선에서 맞붙을 수도 있을까.
"최근 여론 조사를 보면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본다. 올초 어떤 조사를 보니 역대대통령 인기가 박정희, 노무현 두분이 업치락 뒤치락하던데 만약 그렇게 된다면 박정희의 혈연적 후계자와 노무현의 정치적 계승자가 맞붙는 아주 흥미로운 구도가 되는 거다."


ㅡ'혁신과 통합'등야권통합운동에 참여할 생각없나.
"문재인노무현재단 이사장등 함께 일하고 뜻을 같이했던 분들이 앞장서있다.
방향에 충분히 공감한다. 작은 힘이라도 보탤수있는 방법을 모색해 보겠다."


-다시 지방자치로 이슈를 돌려보자. 구 의원으로서 어떤 보람을 느끼나.
"청와대 경험이나 느꼈던 점들을 지방자치에 응용하고 한편으론 지방자치의 현장에서 체득한 문제들을 개선하는 일에 보람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글도 쓰고 강연도하고,하지만 동네일에는 빵점이다. 가끔 주변에서 '이 의원 보고 용기가 생겼다'고 말하는 분들이 생겨서 기분 좋다.언론계나 기업에 있는 선후배들 중에서도 기초의원 도전해보겠다는 사람들이 생기고 있다."


-고향에서 지내니까 어떤가.
"72년에 고등학교 졸업하고 38년만의 귀향이다. 그동안엔 고향집을 관광객처럼 들렀는데, 노모를 모시고 사니까, 이제 자식노릇하는 것 같다. 기자, 공직, 청와대를 거치면서 그동안 내가 무슨 큰일을 한다고 이리 무심했나 하는 생각도 들고. 구의원 당선도 어머니 덕분인데..."


-무슨 얘긴가.
"구의원 선거에서 개표하던 날 동네별로 투표함을 여는 데, 4등으로 출발했다. 두명 뽑는 선건데 침이 바싹 바싹 마르더라. 어머니 사는 동네에서 투표함을 여는 데 처음으로 2등으로 진입해 승기를 잡았다. 구 의원 선거는 동네 선거다. 동네 선거가 대선보다 어렵다는 말이 있는데 실감했다."


이의철 기자 charl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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