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지성 기자]태양광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선택한 LG와 삼성의 서로 다른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LG전자가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는 반면 삼성SDI는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숨 고르기를 하는 양상이다.
7일 LG전자에 따르면 경북 구미 위치한 200메가와트(MW) 규모 태양전지 3·4·5라인이 지난 7월말 양산에 돌입했다. 태양광 시장 적극 공략을 위해 태양광사업부를 구본준 부회장 직속으로 옮기고 하반기 중으로 잡혀있던 양산 시기를 최대한 앞당긴 결과다. 이로써 LG전자의 태양전지 생산 능력은 총 330MW로 올 초 대비 2.5배 증가했다.
증설은 물론 수주와 투자 활동도 활발하다. 전날 LG전자는 평택시에 1조원을 투자해 태양광 등 미래성장동력 연구개발 및 생산거점을 구축한다고 밝혔다. 또 한국서부발전에서 신재생에너지 개발 사업으로 추진하는 총 5.55MW 규모의 태양광 발전사업을 수주했다는 소식도 전했다. 올 상반기에 미국 버지니아 주와 태양광 사업 관련 협약을 맺는 등 해외 수주 활동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반면 지난 7월 삼성전자로부터 태양광 부문을 이관 받으며 본격적인 사업 전개가 기대됐던 삼성SDI는 오히려 차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 초 150MW 규모의 태양전지 양산 개시 이후 증설 등의 움직임이 잠잠한 상태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최근 200MW 규모의 박막형 태양전지 양산라인 구축 시기도 오는 2014년으로 결정했다.
삼성SDI 관계자는 "현재 연내 증설 계획은 없다"며 "무작정 투자를 감행하기 보다는 시황에 따라 능동적으로 대처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두 회사 모두 중국의 저가 공세에 맞서 고효율 프리미엄 제품으로 차별화 한다는 계획 밝혀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또 수익을 내기보다는 투자에 공을 들여야 하는 단계라는 점도 비슷하다. 하지만 2015년까지 1조원을 투입키로 한 LG전자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는데 비해 같은 기간 2조2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힌 삼성SDI의 움직임은 다소 더뎌 보인다.
때문에 삼성SDI가 인수합병(M&A)을 통해 단숨에 몸집을 키울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생산이 손실로 이어지는 현재의 구조가 이어지게 되면 M&A를 통한 시장 재편은 당연한 수순이라는 것이다. 이때를 대비해 삼성SDI가 핵심 기술 개발에만 몰두하며 몸집 키우기는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큐셀 등 미국과 유럽의 몇몇 업체들은 벌써 M&A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업계관계자는 "시황이 불투명한 상태라 누구의 전략이 더 효과적인지 판단하기는 힘들다"며 "다만 양사 모두 오는 2015년을 분기점을 보고 있고 상위권 업체 대비 투자 여력이 있다는 점에서 2013년 전에 도약의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박지성 기자 jis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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