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장기투자만이 살길이다> <중> 효율적인 교육비 펀드
세금혜택은 아직 부족
외국은 정책 지원 활발
[아시아경제 지선호 기자] 1950년대 후반~1960년대 초반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고 있지만 이들의 많은 수가 은퇴 뒤 국민연금 등 공적자금에 노후생활을 기대는 형편이다. 2009년 통계청 사회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500명 중에 74.4%가 은퇴 전까지 노후를 준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들 중 60%는 자녀에 대한 과다한 투자 때문에 노후 준비가 부족했다. 노후를 담보로 잡히고 자녀들의 교육비를 댄 결과다. 자녀에 대한 부모로서의 의무를 다하면서도 노후생활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장기 학자금 펀드로 노후대비= 전문가들은 자녀의 교육비 마련은 자신의 노후 준비와 마찬가지로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장기간에 걸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는 데는 펀드만한 대안이 없다.
지금도 자녀 교육비 마련을 위한 학자금펀드(어린이펀드)가 판매되고 있다. 보호자가 자녀 이름으로 펀드에 가입하고 증여세를 면제 받는 상품이다. 하지만 증여세 면제 한도(만 20세 이상 3000만원) 범위 내이기 때문에 추가로 세금 혜택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어린이펀드 설정액은 2조 수천억원대에서 별 변화가 없다. 2일 기준 총 펀드설정액 약 150조원의 1.3%에 불과한 수준이다.
현행 세법상 교육비를 지출하는 시점에 소득 공제가 되기 때문에 교육비를 마련코자 미리 저축을 하는 것도 세금상으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린이 펀드에 투자하는 시점에 소득공제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는 필요성이 대두되는 이유다. 즉, 어린이 펀드에 가입하고 돈을 부을 때마다 소득공제 혜택을 줘 학자금을 장기적으로 꾸준히 모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금융투자협회는 어린이펀드 적립 규모를 4년제 대학 졸업 시까지 필요한 교육비 약 7500만원 수준으로 제한하되, 현재의 한도인 연간 900만원까지 소득공제를 해주도록 관련 제도 개선을 건의하고 있다. 아울러 자녀가 18세가 될 때까지 이민, 질병 등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어린이펀드에서 돈을 찾지 못하도록 하고, 향후 교육비 지출이 이뤄질 때는 소득공제를 하지 않아 이중공제를 방지하는 등의 보완책도 마련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5세 미만의 유소년 인구 중 10%가 연간 600만원을 적립하면 10년 후에는 85조원 규모의 교육비 재원이 마련될 것으로 추정했다. 신동준 금융투자협회 집합투자시장팀 팀장은 "소득이 없어지는 시점과 자녀 학자금이 본격적으로 지출되는 기간이 겹치는 부담을 줄여보자는데 의의가 있다"며 "정부 지원을 비과세가 아닌 소득공제로 한정해 세수가 적어지는 부담을 줄이고, 투자 유인효과도 늘리도록 제도를 개선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큰 역할 하는 선진국 어린이펀드= 미국과 영국, 싱가포르 등에서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 덕에 학자금 관련 상품이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미국은 1996년부터 자녀교육비 지원을 위한 저축에 대해 과세특례(529Plan)를 부여하고 있다. 자녀교육비로 사용할 경우 주정부에서 인정하는 뮤추얼 펀드 등에 한해 자녀 1인당 연간 1만1000달러(약 1174만원)까지 수익을 비과세한다. 1999년 말 현재 총 자산이 1003억달러(약 107조1000억원)에 이른다.
영국은 그동안 운영하던 어린이 신탁펀드(Child Trust Fund)를 폐지하고 '쥬니어(Junior)ISA'를 올해 11월부터 도입한다. 영국 정부가 1회성인 직접 무상지원보다는 소득공제와 같은 세제혜택을 부여하는 것이 참여도를 높이고 저축액 증식에 효과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쥬니어ISA는 부모 등 보호자가 장기저축이나 투자계좌에 아이 이름으로 연간 1200파운드까지 적립해주고 계좌에서 발생한 소득은 비과세 처리된다.
싱가포르는 일명 '베이비 보너스(Baby Bounus)'라로 불리는 '어린이개발 계좌(Child Development Account·CDA)'를 운영 중이다. 부모가 CDA를 적립하면 싱가포르 정부에서 1:1 매칭보조금을 지급한다.
지선호 기자 like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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