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범 회장 취임1년···느리고 답답한 이미지 벗고 위상 재정립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이희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이 오는 6일로 취임 1년을 맞는다.
40년 경총 역사상 비오너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수장에 오른 이 회장은 흐트러진 조직을 추스르고 5대 경제단체로서 경총의 위상을 부활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실 이 회장 개인에게 경총 회장은 부담스러운 자리였다. 산업자원부 장관과 한국무역협회 회장 등을 역임한 뒤 2009년 기업인(STX에너지 회장)으로 새 삶을 시작한 지 얼마 안됐는데 가장 민감한 노사 문제를 맡았다는 것은 자칫 발목을 잡힐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자리에 오른 그는 노조 전임자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및 복수노조 시행, 노동법 재개정, 사내하도급 등 각종 현안을 원만하게 풀어나가고 있다.
느리고 답답한 경총을 빠른 조직으로 바꿔나가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 이 회장 부임 후 경총은 매주 1회 이상 각종 보고서와 현안에 대한 경영계의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특히 실시간으로 발생하는 현안에 대응하는 시간이 매우 빨라졌다고 한다.
경총 관계자는 "이 회장 스스로 이메일 보고 및 결제를 주로 이용하고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회의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있다"며 "본부장들에게 권한을 최대한 부여함으로써 보고 체계도 간소화 하는 등 효율성을 높일 것을 주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이 회장의 자세도 경총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지난 2월 18일 '경총 최고 경영자 연찬회'에서 이 회장은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과 둘이서 맞장토론을 벌였다.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노사문제를 대표들이 모여 좁혀 보자며 이 회장이 먼저 제안해 마련된 자리였다. 대기업 노조 간부는 "이 회장이 직접 대화를 하자고 할 줄은 몰랐다"며 "토론 덕분에 경총과 한국노총은 대화 통로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 정부와의 대화에서도 "기업들에게 지나치게 규제적이거나 중소기업에 일방적인 특혜를 주는 약자 보호형 지원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하는 등 경영계의 입장을 명확히 밝히는 등 '할 말은 하는 경총'이라는 이미지도 심어줬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회원사 복귀를 비롯해 경총의 관심 이슈를 자유무역협정(FTA)과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등으로 확대시키는 점도 이 회장의 성과로 손꼽힌다.
채명석 기자 oricms@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