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의 남자> 13회 KBS2 수-목 밤 9시 55분
마지막 10분을 위해 한 시간을 투자한 것이 아니라 허비했다. 금성대군(홍일권)과 정종(이민우)은 세령(문채원)의 혼례날 수양대군(김영철)을 제거하려 했고, 수양대군은 이미 그들의 계획을 눈치 채고 있었다. 양 쪽 모두 상대편을 죽이지 않으면 내 편이 죽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이상, 이 ‘거사’는 계유정난이 그러했던 것처럼 앞으로의 세상을 이끌어갈 세력을 결정짓는 중요한 사건이다. 세령의 혼례식을 마지막 장면에 배치한 건 영리한 선택이었으나, 문제는 그 정점에 이르기까지 전혀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도망자 신세가 된 승유(박시후)가 머무른 빙옥관은 그가 복수를 계획하는 공간이 아니라 그저 빙옥관 두목이었던 조석주(김뢰하)와 2인자 공칠구(이희준)의 싸움터였음에도, 카메라는 수시로 빙옥관을 비췄다. 모든 것을 잃어버린 승유의 감정을 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수차례 행복했던 과거장면이 등장했지만, 그 역시 넘쳐흘렀다. 그러다보니 정작 중요한 순간, 승유의 칼이 왜 자신의 여자를 빼앗은 신면 혹은 아비를 죽인 수양대군이 아닌 세령을 향해야만 했는지 설명할 시간이 부족했다. 남녀 주인공이 제자리에서 감정만 발산할 뿐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사이, 정종은 갈수록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동안 의리 있고 사람을 중하게 여겨왔던 정종은 이번에도 단종(노태엽)과 경혜공주(홍수현)를 지키는 동시에 신면과의 우정을 저버리지 않는 일관된 모습을 보이며 거사계획의 “가장 중요한 인물”로 자리 잡았다. 지금껏 쌓아온 캐릭터의 힘으로 극을 이끌어나간 정종, 그래서 적어도 어제만큼은 그가 진짜 ‘공주의 남자’였다.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0 아시아 글. 이가온 thirtee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