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채지용 기자]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한은법 개정안의 정당성을 거듭 강조하고 나섰다. 이달 임시국회에서의 법안 처리가 불투명한 가운데 더 이상 국회상정을 미룰 수 없다는 조바심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30일 김 총재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은법에 대해 궁금한 점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어 자리를 마련했다"며 "타이밍을 놓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미 늦었지만 한 나라의 중앙은행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김 총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은법 개정안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혀왔지만 기자들과 별도의 자리를 갖고 입장을 표명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금융권에 대한 한은의 검사·조사권한을 강화토록 하는 한은법 개정안은 지난 23일 열린 8월 임시국회에서도 정무위의 반발로 인해 본회의 상정이 무산됐다. 9월 정기국회에서는 총선 등을 앞두고 있어 법안의 우선순위가 밀릴 가능성이 큰 만큼 사실상 이번 국회가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어 한은으로써는 발등의 불이 떨어진 겪이다.
"한은법은 재정부와 금융감독당국, 한은 이렇게 3개 기관이 합의한 사항이지만 특정 이해집단의 생각 때문에 국회 의사결정에 오도된 정보를 줄까 설명하는 것"이라는 김 총재는 특히 한은법 개정안에 대한 금융권의 반대 이유를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김총재는 "은행권이 공동검사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며 "부담이 어느 정도 늘어나기는 하겠지만 위기를 방지하려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은법이 실행되더라도 부문검사 위주로 이뤄지는 검사는 1년에 1~2번 뿐임으로 연간 200회 이상 실시되는 금감원 부문검사를 감안할 때 추가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또 금융채에 대한 지준부과 부담에 대해서는 "금융권이 세계적인 추세가 아니고 우리나라 은행의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겠냐고 주장하고 있다"며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금융채에 지준을 부과하지 않는 나라는 캐나다, 뉴질랜드, 스웨덴 등 6개국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추세가 아니라는 말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총재는 "은행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한은법 개정안이 법사위에서 논의될 때 평상시에는 금융기관 경쟁력을 감안해 0% 세율을 부과하다가 위기조짐이 보이면 지준을 부과하는 방식을 얘기했다"며 "평소 지준율이 3.6~3.7% 수준이기 때문에 추가적인 지준부과가 부담된다는 것은 적절한 논리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2004~2005년까지만 해도 금융채의 비중이 4~5%였지만 위기 직전에는 19%까지 늘었다"며 "유동성 과잉으로 인한 문제를 그냥 둘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김 총재는 한은법 개정안에 대한 국제적 관심도 언급했다. 최근 잭슨홀 회의에 참석한 그는 "국제신용평가사를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한은법이 바뀌는 상황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갖고 있다"고 말했다.
채지용 기자 jiyongch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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