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내로라 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13억 인구가 살고 경제성장률이 9%대를 기록하고 있는 중국 시장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성공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중국 정부의 든든한 지원을 받고 중국인 소비자들과 가깝게 있는 토종 기업의 힘이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할 만큼 세졌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해외 주요 외신은 25일 세계 최대 소셜 커머스 업체인 그루폰이 중국 진출 8개월만에 중국 내 사무소를 철수하고 직원 수 백명을 해고했다고 보도했다.
그루폰의 중국 합작사 가오펑은 중국 내 도시 50여곳에 사무실을 열고 3000여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지만 지난주 임원들은 사무실 20~41곳을 폐쇄하고 직원 수를 2000명으로 줄이라는 통지를 받았다. 그 과정에서 이미 중국 북부 도시 탕샨을 포함한 일부 도시의 10여개 사무소가 문을 닫았고 지금까지 해고된 가오펑 직원수는 400명 정도 되는 것으로 추정됐다.
그루폰이 중국 사업을 무리하게 확대했지만 점유율에서 중국 토종 기업을 누르지 못한데다 자금난까지 심각해지면서 불가피하게 중국 사업을 축소해야 할 위기에 놓인 것으로 분석됐다.
그루폰의 시장 점유율은 앞서 온라인 소셜 커머스 시장에 진출한 중국 토종기업 라쇼우닷컴(Lashou.com)과 메이투안닷컴(Meituan.com) 등과의 경쟁에서 크게 밀리고 있다. 그루폰 중국판인 가오펑닷컴의 하루 평균 방문자 수는 170만명으로 동종업계 순위 8위다. 라오슈닷컴과 메이투안닷컴의 하루 평균 방문자 수가 각각 610만명, 550만명인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인터넷 사용 인구 수가 4억5000만명으로 세계 최대인 중국은 글로벌 인터넷 기업들의 승부욕을 자극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중국 진출을 시도한 기업들 가운데 뚜렷한 성과를 거둔 곳은 없다.
비교적 일찌감치 중국 시장의 문을 두들인 야후는 2005년 중국 사업부를 중국 기업 알리바바 그룹 홀딩스에 넘겼고 온라인 쇼핑몰 이베이는 알리바바 산하 타오바오에 밀려 맥을 못추고 있다. 구글 역시 시장 점유율 80%에 달하는 중국 토종 검색엔진 바이두에 밀려 있다.
세계 1위 PC 제조업체 HP는 3위로 껑충 뛰어 오른 중국 토종 기업 레노보와의 경쟁 압박을 받고 있고 중국 시장 점유율 하락 때문에 고민이 깊다. HP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2009년 3분기 16.6%로 꼭지를 찍은 뒤 올해 2분기 8.5%로 급락했다.
글로벌 기업의 중국 진출 실패 사례는 소비자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업종에서 더 두드러진다.
올해 3월 미국 완구업체 마텔(Mattel)은 바비(Barbie) 브랜드의 상하이 화이하이루 매장을 설립 2년만에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마텔측은 당시 바비의 상하이 매장 철수 이유로 "전략의 변화"라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바비가 현지화 전략에 실패한 대표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미국 최대 전자제품 유통업체 베스트바이는 매출이 부진한 중국 내 매장 9곳을 철수했다. 베스트 바이가 중국에서 철수하게 된 것은 궈메이(國美), 쑤닝(蘇寧) 등 중국 토종 전자제품 유통업체와의 경쟁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미국 최대 주택자재 유통업체 홈디포도 2006년 중국 유통업체 인수를 통해 현지시장에서 매장 10곳을 운영했지만 2008년 업계 경쟁에서 밀려 매장 5곳을 철수했다.
박선미 기자 psm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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