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시중은행 사실상 가계대출 중단
"주거래은행인데 신용대출 못해준다니 황당"
"제2금융권 가란 말이냐" 고객들 분노 폭발
[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직장인 이모(34)씨는 18일 1000만원 정도의 생활자금이 급히 필요해 평소 주로 거래해왔던 은행 두 곳을 찾았다. 하지만 신용대출을 해줄 수 없다는 창구 직원의 말만 듣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평소 거래도 않던 다른 시중은행을 찾았지만 돌아온 반응은 비슷했다. 신규 가계대출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인 셈이다. 그는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을 찾을지 고민 중"이라며 불만을 털어놨다.
농협·신한·우리 등 일부 은행들이 신규 가계대출을 사실상 중단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던 이날 이들 은행 지점을 찾은 고객들은 대부분 대출을 거절당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은행들은 실수요자 위주로 대출 심사를 강화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영업점 창구에서는 사실상 신규 대출이 중단된 상태다. 기존에 약정됐던 건들만 어쩔 수 없이 대출을 실행해주고 있다.
실수요자를 판단하는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 대출 심사를 강화하겠다는 게 사실상 신규 대출을 안 하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되는 이유다.
시중은행 영업담당 부행장은 "주택담보대출은 증가세가 비슷한데 이달 들어 신용대출이 크게 늘어 금융당국이 촉각을 세우고 있다"며 "미국 신용등급 강등 등의 영향으로 국내외 증시가 주저앉자 개인들이 주식투자를 위해 신용대출을 받고 있다고 판단해 급히 관리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금융당국이 은행들에 실수요자 위주로 대출을 해주되 민원이 생기지 않도록 하고 외형 경쟁을 하지 말라고 지속적으로 지도해왔다"며 "가계대출을 중단하라고 한 건 아니었는데 일부 은행들이 과민하게 반응한 면도 없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번 가계대출 중단 사태에 대해 금융당국의 대응이 미숙했던 영향이 크다는 지적이 많다. 이병윤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계부채에 대해) 총량 규제를 해서 관리하는 건 세련된 기법은 아니다"라며 "가계대출 증가세가 가파르긴 하지만 억지로 신규 대출을 막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박민규 기자 yu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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