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김영식 기자]중국 경제의 성장 동력인 수출이 7월 사상 최대 수준으로 증가하며 무역수지가 최근 2년여만에 최대 규모 흑자를 냈지만 썩 달갑지 않다. 미국과 유럽의 부채 문제로 하반기 세계 경제가 느린 속도로 성장할 것이라는 어두운 먹구름이 짙게 깔려있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의 위안화 절상 압력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7월 무역수지 315억弗 흑자=중국 해관총서는 10일 7월 무역수지가 314억8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6월 기록한 222억7000만달러와 시장전문가 예상치 274억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2009년 1월 이후 월간 흑자폭으로는 최대 규모다.
수출 증가에 가속이 붙은 것이 흑자폭을 확대하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7월 수출은 전년 동기대비 20.4% 증가한 1751억달러를 기록해 6월 증가율 17.9% 보다 높게 나왔다. 수입은 22.9% 늘어난 1436억달러로 집계됐다. 전달 증가율 19.3%을 웃돌았지만 전문가들의 예상치 23.2%에는 못 미쳤다.
야오웨이 소시에테 제네랄 이코노미스트는 “세계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중국의 무역은 아직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면서 “진짜 난관은 아직 닥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세계 경제 둔화 우려에 하반기 전망은 '우울'=중국 경제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중국 수출 경제에 햇빛이 들고 있지만 세계 경제가 느린 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올해 하반기에 중국 무역수지도 흑자폭을 줄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열 뱅크 오브 캐나다의 브라이언 잭슨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유럽 부채 문제 때문에 올해 하반기 해외 시장에서 중국산 제품의 수요가 줄어들 리스크가 있다"고 설명했다.
UBS은행의 왕타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유럽 경제의 더딘 성장은 곧 중국의 수출 성장세도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상하이 소재 화바오 트러스트의 니에 원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무역 환경은 불확실성에 둘러쌓여 있다"며 "선진국들은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신흥국들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추기 위해 긴축 정책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컨펑 BNP파리바 이코노미스트는 "조만간 수출 증가율이 10%대 수준으로 축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역불균형 꼬투리..위안화 절상 압력 커질듯=중국 정부는 확대되고 있는 흑자폭 때문에 수출 경쟁력을 위해 위안화 가치를 의도적으로 낮게 조정하고 있는게 아니냐는 외부의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의 책임이 무역불균형을 초래한 아시아 국가들에게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될 정도로 중국의 무역수지 흑자는 정부의 환율 정책과 맞물려 서방 국가들의 주요 공격 타깃이었다.
IHS글로벌인사이트의 런샨팡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무역수지 흑자폭 확대는 위안화 가치를 더 절상해야 한다는 외부의 압력을 키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위안화 절상 압력은 중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6.5%로 3년만에 최고 수준으로 오른 것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가 향후 2년 동안 0~0.25% 수준의 저금리를 유지하겠다고 발표한 것에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홍콩 동아은행의 케닉스 라이 선임 시장 분석가는 "중국의 물가상승률 데이터를 보면 위안화가 평가절상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글로벌 불확실성 속에서 금리나 지급준비율을 올리는 것이 훨씬 어려워 위안화 절상이 더 나은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중국 인민은행이 고시한 달러·위안 환율은 전일 대비 0.26% 내린 6.4167위안을 기록했다. 하루 환율 변동폭은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컸으며 환율은 중국이 복수통화바스켓 환율제도를 도입한 2005년 7월21일 이후 가장 낮아졌다(위안화 가치는 상승).
박선미 기자 psm82@
김영식 기자 gr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