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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공매도’ 잡으려다 주식시장 망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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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공매도’ 잡으려다 주식시장 망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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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주식을 빌려서 판 뒤 주가가 떨어지면 다시 사서 차익을 실현하는 투자기법인 공매도를 곰 가죽 선매도 사례를 들어 ‘곰’매도라 지칭하는 이도 있습니다.


18세기 영국 상류층에서 곰 가죽은 품귀 현상을 빚을 정도로 상당히 인기 있는 품목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재고가 없어도 마치 상품이 있는 것처럼 거래상들이 예약 판매를 하는 일이 종종 생겨났습니다.

돈이 된다는 생각에 곰 사냥꾼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곰 사냥에 뛰어들면 머지않아 곰 가죽 값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거래상들은 예상했습니다. 일단 비싼 거래가격이 형성된 시점에서 선매도하고 나중에 값이 하락했을 때 곰 가죽 상품을 구한 뒤 전달하는 식으로 짭짤한 차익을 얻게 되는 식이지요. 봉이 김선달처럼 재고도 없이 미리 판 거래상들은 이제나 저제나 곰 가죽 가격이 떨어질 날만 기다린다 해서 하락장을 ‘베어(bear) 마켓’이라고도 부릅니다.


금융당국이 시장안정 대책으로 주식 공매도를 3개월간 전면 금지키로 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금지됐던 공매도가 이듬해 6월 비금융주에 한해 허용된 지 2년2개월 만입니다. 외국인의 공매도 급증이 최근 폭락장의 주범으로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상승장이든 하락장이든 일정한 수익을 내야 하는 투자자 입장에서 공매도는 여러 투자기법 가운데 하나일 뿐입니다. 공매도는 활발한 차익 거래를 유도하기에 파생상품과 기초자산 간 가격 괴리를 해소해 줍니다.


예컨대 주식이 선물보다 고평가됐다면 값비싼 주식을 공매도하고 값싼 선물을 매입했다가 장중이나 선물 만기 때 청산하는 과정을 반복하면 합리적인 주식 가격이 만들어집니다.


공매도 금지 효과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실정입니다. 지난 금융위기 당시 공매도를 일시적으로 금지한 미국의 경우 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물량이 41% 급감했다는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공매도 금지로 증시 거래와 신규 자금 위축이 가시화되면서 증시의 부진이 더욱 심화되는 부작용이 나타난 겁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우리나라도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를 막기 위해 공매도를 금지한 것이 오히려 외국인의 매수를 함께 취약하게 만든 역효과를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금융당국의 공매도 금지 조치는 ‘그렇게까지 해야 할 만큼 시장의 체력이 약하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인정하는 셈이란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공(空)매도가 오로지 공(恐)매도만은 아니라는 사실. 금융당국의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규성 기자 bobos@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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