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대상 못찾고 부진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지난해 증권사들이 경쟁적으로 상장을 추진하며 과열양상을 띠던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SPAC)이 시장의 외면 속에서 첫 돌을 맞았다. 뚜렷한 합병 대상을 찾아내는 데 실패함에 따라 스팩들은 거의 모두 공모가 밑으로 떨어졌고,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스팩에 대한 분석을 중단했다.
지난해 8월24일 상장된 한국스팩1호는 4일 1995원에 장을 마치면서 공모가(2200원) 대비 9% 밀려나 있는 상태다. 같은 날 상장한 에스비아이앤솔로몬스팩은 1090원으로 공모가(1250원) 대비 13%, 8월27일 상장된 교보KTB스팩은 3545원으로 공모가(4000원) 대비 11% 하락한 가격에 4일 거래를 마감했다.
인수합병(M&A) 대상을 찾아내 업계 최초로 합병 승인을 받은 대신증권그로쓰알파(2010년 8월24일 상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대신증권그로쓰알파는 터치패널 및 소재업체인 썬텔과의 합병을 진행해 지난 4월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로부터 업계 최초로 합병을 승인받았다. 오는 10월 중순 변경상장을 앞두고 있지만 주가는 요지부동이다. 합병 소식을 호재로 7월 중순 9거래일 연속 오르기도 했지만, 이후 약세를 거듭하며 4일 주가는 1855원으로 공모가(2000원) 보다 7% 밀려있다.
상장 후 1주년을 맞은 스팩 가운데 공모가 대비 오름세를 기록중인 것은 HMC스팩1호가 유일하다. HMC스팩1호는 자동차 부품 전문기업인 화신정공과의 합병상장을 승인받고 오는 17일 코스닥 시장 상장을 앞두고 있다.
스팩주에 투자하는 펀드들의 수익률도 일제히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설정 이후를 기준으로 돈을 번 펀드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지난해 10월 설정된 스팩 공모펀드 '동부SPAC30증권투자신탁 1[채권혼합]ClassC'는 연초 이후 -2.66%의 수익률을 기록중이다. '큰손'들이 투자한 사모펀드의 경우 수익률 하락세가 더욱 두드러진다. '현대SPAC사모증권투자신탁 1[주식]'은 연초 이후 -14%, '유진SPAC사모증권투자신탁 7[주식혼합]'은 -10.84%의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다.
시장에서의 성과 부진이 이어지자 증권사들도 손을 놨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특정 스팩의 투자를 권하며 시장 분석 정보를 제공하던 증권사들 대부분 스팩주 분석 및 관련 종목 추천을 중단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주가가 부진하고 투자매력이 없어지면서 '스팩주를 분석할 필요가 없다'고 내부적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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