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정 기자]유럽증시가 미국의 경기둔화 우려와 이탈리아ㆍ스페인의 재정위기영향으로 11개월 사이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투자자들은 주식을 내던지고 금과 스위스프랑 등 안전자산으로 신속히 이동하는 모습이다.
3일(현지시간) 스톡스 유럽 600지수는 전날에 비해 1.96%하락한 251.95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 3월15일 이후 4개월 사이에 최대 하락폭이다. 영국 FTSE100 지수는 2.34% 급락한 5584.51로 마감했고 독일 DAX30 지수는 2.3% 떨어진 6640.59로 장을 마쳤다. 프랑스 CAC 40 지수도 1.93%, 이탈리아와 스페인 주가도 각각 1.5%, 0.85%씩 하락했다.
전날 유로존 출범 이후 사상 최고치로 올랐던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다소 진정된 모습을 보였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탈리아 국채수익률은 전날에 비해 0.06%포인트 내린 5.927%를, 스페인은 0.04%포인트 하락한 6.238%를 나타냈다.
반면, 안전자산인 스위스프랑과 금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스위스프랑은 유로와 달러화에 대해 각각 1.1033프랑과 0.7704프랑으로 강세를 보였다. 스위스프랑은 지난 한달동안 12%나 가치가 상승했다.
금은 뉴욕선물시장에서 12월 인도분이 1.3%오른 온스당 1666.3달러를 기록했다.
스위스프랑이 초강세를 띠자 스위스중앙은행은 이날 기준금리 목표치를 0~0.75%에서 0~0.25%로 기습 인하하고, 500억 프랑(650억 달러)의 유동성을 공급해 가치상승을 저지하기로 했다.
스위스중앙은행은 성명에서 "통화 경색을 좌시하지 않고 통화 강세를 억누르기 위한 조처를 내놓을 것"이라고 말해 외환 시장 개입 의사를 분명히 내비쳤다. 스위스중앙은행이 통화 약세를 유도하기 위해 행동에 나선 것은 지난해 6월 이후 처음이다.
다른 유럽은행들은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를 내다팔고 이들 국가에 대한 크레디트라인(신용공여한도)을 축소하는 등 리스크 헤지에 주력했다.
스페인 부동산 대출로 약 10억 유로의 손해를 입은 영국의 2위 대형은행 바클레이스는 스페인 건설과 부동산 대출을 자제하고 국가부채 매입도 축소했다. 독일 최대 은행 도이체방크도 지난주 이탈리아 국채 익스포져를 80억유로에서 10억유로로 대폭 줄였고 HSBC도 스페인과 이탈리아 고객들의 크레디트라인을 축소했으며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도 최근 보유하고 있던 이탈리아 국채를 내다팔았다.
이현정 기자 hjlee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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