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남북관계가 최근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지난 달 발리 외교장관회담 이후 남측은 대화 재개의 '손 짓'를 보내고 있지만, 북한은 사안별로 강경책과 유화책을 동시에 구사하고 있다. 북핵 문제와 대북식량지원, 금강산 문제 등 현안마다 남북이 모두 일관성이 없는 모습이다.
4일 통일부에 따르면 한국적십자사는 전날 북한적십자사에 전통문을 보내 최근 북한의 수해와 관련해 50억원 상당의 구호물자를 보내겠다고 제안했다. 한적을 통한 긴급 수해지원의 형식을 띄지만, 북한이 요구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실상 정부가 먼저 손을 내민 것이다. 정부는 또 최근에는 대북지원단체의 식량 지원을 승인, 밀가루 700톤이 북한에 들어갔다. '철저한 모니터링' 전제 아래 이뤄지긴 했지만, 5.24 조치 이후 "군용으로 전용될 수 있는 물품은 지원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기존 입장과 비교하면 획기적으로 진전된 모습이다. 식량난에 이어 수해까지 덮친 북한도 남한의 식량지원을 반기는 눈치다.
그러나 금강산 재산권 문제에선 남북이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최근 독자적인 금강산국제관광특구법을 제정한 북한은 현대아산을 비롯한 남측 기업에 '금강산 재산권 정리'를 압박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남측의 당국간 대화 제의를 거절한데 이어 지난 달 25일에는 한국계 미국 사업가를 금강산 사업자로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측의 금강산 관광재개를 위한 압박용이라는 분석이 우세하지만, 최근 북한이 서방국가들에게 조금씩 문호를 개방한느 흐름에 비춰볼 때 실제 행동으로 옮길 가능성도 있다.
이같은 북한의 이중적인 태도에 대해 전문가들의 견해는 엇갈린다. 북한이 김정은 후계구도 구축 과정에서 대남 온건파와 강경파간 이견으로 혼선을 빚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김일성김정일 단일지도체제에선 괜찮았는데 김정은 후계구도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혼선이 생기는 시행착오"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양무진 경남대 교수는 "북한이 남북대화를 하고, 한편으로 비난하는 행동은 현 정부 들어 자주 있어왔다"며 "(남북)당국간 불신의 벽이 워낙 높아 이런 복잡한 상황이 자주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장경작 사장 등 현대아산 관계자는 이날 정몽헌 전 회장의 추모식을 위해 2년만에 금강산을 방문한다. 이들의 방북으로 오랫동안 교착 국면에 빠진 남북관계에 어떤 변수가 될 지 주목된다.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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