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14년간 지속된 혼인관계라도 일방 배우자가 속여서 결혼하게 된 것이라면 그 혼인을 없던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가정법원 가사4부(한숙희 부장판사)는 박모(45ㆍ남)씨가 기존의 혼인사실과 자녀의 존재는 물론 자신의 본명마저 감추고 재혼에 나섰던 정모(48ㆍ여)씨에 대해 혼인의 취소 등을 청구한 소송에서 해당 혼인을 취소하고 정씨가 박씨에게 위자료 1000만원을 지급토록 판결했다고 2일 밝혔다.
재판부는 "정씨의 이혼전력, 특히 전혼에서 두 명의 자녀까지 두었다는 사정은 박씨가 혼인의사를 결정함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요소"라고 전제한 뒤, "정씨가 자신의 본명을 숨기면서까지 적극적으로 이혼 사실 및 자녀 출생사실 등을 숨기고 혼인한 것을 박씨가 알았더라면 혼인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정씨는 지난 1984년 남모씨와 결혼해 1남1녀를 낳았으나 남씨의 잦은 도박 등을 이유로 별거에 나선 뒤, 경찰관으로 재직 중이던 박씨를 만나 동거한 끝에 남씨와 협의이혼신고를 마친 1996년 결혼식을 올렸다.
박씨는 이 같은 사실을 2009년 8월경에서야 '정씨가 전남편과 1남1녀의 자식을 버리고 결혼했다'는 투서를 통해 알게 된 후, 지난해 3월 해당 소송을 제기했다.
한편, 두 사람 사이에서 출생한 13세의 딸에 대한 친권자 및 양육자는 정씨로 정해졌다. 재판부는 "현재 정씨가 딸을 양육하고 있어 애착관계가 형성돼 있고, 자녀의 연령 및 성별 등 여러 사정을 참작한 결과"라고 밝혔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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