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라 타쿠야가 없다. 마츠모토 준도 없다. 7월 활기차게 시작한 3분기 일본 드라마에 쟈니즈의 대표 얼굴들이 없다. 카토리 싱고 주연의 <행복해지자>, 니시키도 료 주연의 <개를 기른다는 것>, 마츠오카 마사히로 주연의 <고교생 레스토랑>이 방영됐던 4월, 아이바 마사키의 <바텐더>, 쿠사나기 츠요시의 <겨울의 벚꽃>이 버텼던 1월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일본의 한 연예 관계자는 “항상 두 편 이상 쟈니즈표 드라마가 있었지만 이번엔 쟈니즈가 끌고 가는 드라마가 제로”라고 말했다. 이번 분기 게츠쿠 <전개걸>에 출연 중인 니시키도 료는 여주인공 아라가키 유이를 서포트하는 역할이고, <불닥터>의 의사로 출연하는 이나가기 고로는 그저 평범한 조연이다. 쟈니즈 소속 배우들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여름 일본 안방극장에서 이들의 위치는 상당히 달라졌다.
일본 드라마의 ‘탈 쟈니즈 경향’
지난 6월에는 쟈니즈 베테랑 그룹 TOKIO의 부진이 화제가 됐다. 6월 6일자 오리콘차트 싱글 랭킹에서 TOKIO의 새 싱글 <올려다 본 유성>(見上げた流星)은 4위에 그쳤다. 1위는 무려 133만 장을 팔아치우며 역대 최다 기록을 세운 AKB48. 2008년 이후 TOKIO가 발매한 총 6장의 싱글 중 첫 주 1위를 기록한 것은 2010년 6월 <-아득히->(-?か-)가 유일하다. 총 판매량 10만 장을 넘은 것은 단 한 장도 없다. 연예 웹진 <일간 사이조>는 레코드 관계자의 말을 빌려 “쟈니즈 내에서 TOKIO의 CD 판매량 이야기는 터부시되고 있다”고 전했다. 아라시의 위치도 예전 같지는 않다. 인기, 음반판매가 크게 줄진 않았지만 2010년 싱글 총판매량 1위 자리를 AKB48에게 빼앗겼다. 멤버들이 주연한 드라마도 시청률 저조를 피하지 못했다. 2010년 여름 마츠모토 준이 출연한 게츠쿠 <여름의 사랑은 무지개빛으로 빛난다>(夏の?は虹色に輝く)는 평균 시청률 12%에 머물렀다.
일본 드라마는 최근까지 쟈니즈 의존 경향이 강했다. 매 분기 쟈니즈 소속 연예인이 주인공인 드라마가 서너 편이었고, 조연진까지 합치면 그 수는 십 수편에 달했다. 하지만 2010년 7월 방송계에서 쟈니즈에 대한 의구심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마츠모토 준의 <여름의 사랑은 무지개빛으로 빛난다>, TOKIO의 나가세 토모야가 출연한 <우누보레 형사>(うぬぼれ刑事), 소년대의 히가시야마 노리유키가 주연한 <GM 춤춰라 닥터>(踊れドクタ?)가 모두 평균 시청률 10% 초반을 넘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 TV 관계자는 “이 때 확실히 쟈니즈만으로 시청률이 나오지 않는다는 인식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보통 방송국의 드라마 스케줄이 1년 주기로 결정되는 사실을 고려할 때 올 여름 일본 드라마의 ‘탈 쟈니즈 경향’은 이 시기 방송사들의 결정에 따른 것이다.
쟈니즈는 이 위기를 무사히 극복할 수 있을까
쟈니즈 소속 그룹들은 대부분 10년 넘는 경력의 베테랑들이다. SMAP은 올해로 데뷔 20년을 맞았고, TOKIO는 17년째 왕성히 활동하고 있다. 팬들과 함께 나이를 먹으며 성장해 온 쟈니즈의 그룹들은 커다란 기복 없이 정상의 자리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최근 다변하고 있는 일본 엔터테인먼트 속에서 쟈니즈의 위치도 흔들리고 있다. 수년째 계속되고 있는 드라마 시청률의 저하, 80년대 이후 폭발했던 코미디 인기의 하락, AKB48를 선두로 한 새로운 유형의 여자 아이돌 등장, 젊은층 사이에서 급성장한 K-POP 인기는 쟈니즈의 주목도를 상대적으로 약화시켰다. 음반을 내기만 하면, 드라마, 영화에 출연하기만 하면 1위 자리를 보증수표처럼 달고 다니던 시절이 끝난 것이다. NEWS가 아라시, KAT-TUN의 인기를 이어받지 못한 점, 2010년 NHK <홍백가합전> 출연에도 실패하며 위치가 애매해진 V6는 쟈니즈 위기에 자주 언급되는 예들이다.
2011년 10월 TBS에선 기무라 타쿠야 주연의 드라마 <남극대륙~신의 영역에 도전한 남자와 개의 이야기~>(가제, 南極大陸~神の領域に挑んだ男と犬の物語~)를 방영한다. 이 드라마는 남극 현지 촬영을 감행하는 대작이다. 방송국 내부에서는 “최소 30% 이상의 시청률”을 기대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쟈니즈의 위기설이 나돌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쟈니즈는 일본 엔터테인먼트의 가장 큰 주인공 중 하나다. 결성 6년째인 그룹 Kis-My-Ft2는 빠르게 인기를 얻고 있고, 칸쟈니∞는 SMAP, 아라시를 이을 그룹으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변화하는 TV 환경 속에서 쟈니즈의 연예인들이 계속 대중과 원활히 소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쟈니즈의 대표 장수 오락 프로그램 <SMAPXSMAP>과 <도모토쿄다이>(堂本兄弟)는 수년 째 폐지설이 나돌고 있다. 흐름과 유행에 쫓기지 않고 엔터테인먼트의 1인자로 군림했던 쟈니즈가 위기를 잘 넘길 수 있을까. 일본 TV의 들썩임이 감지된다.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0 아시아 글. 정재혁 자유기고가
10 아시아 편집. 이지혜 seve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