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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통일부의 생뚱맞은 오디션 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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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오디션 프로그램이 시쳇말로 '대세'다. 텔레비전을 켜면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국을 가리지 않고 오디션 프로그램 일색이다. 지난해 모 케이블방송에서 가수 선발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퍼스타K'가 시청률 대박을 터트리면서 방송가에 나타난 현상이다. 뽑는 사람도 다양하다. 가수,연기자, 아나운서, 요리사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이다. 어떤 프로그램은 집없는 사람에게 집을 주는 것도 오디션 형식으로 만들어, 실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누가 더 불쌍해보이는지"를 경쟁이라도 해야 한다는 건지.


방송사가 개념없는 오디션으로 시청률 경쟁에 나서는 것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창의적이지도 않고, 감동도 없는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대박을 치든 쪽박을 차든' 자기 책임하에 하는 것이니까. 그러나 정부가 이런 오디션 프로그램에 부화뇌동 하는 것은 문제다. 통일부 얘기다.통일부는 SBS의 연기자 선발 프로그램인 '기적의 오디션'에 협찬 중이다. 제작비 등을 포함해 3억6천만원을 지원한다. 연기 지망생들이 통일 관련 연기를 하고, 이를 통해 "젊은 층에게 통일 문제를 알리기 위해서"라는 게 통일부의 공식적인 협찬 이유다. 통일부는 지난해에도 '슈퍼스타K' 우승자들과 함께 통일콘서트를 개최하고, 통일송을 제작하기도 했다.


통일부의 이런 협찬을 무조건 나무랄 수는 없다. 다른 사기업의 광고ㆍ협찬처럼 어느 정도 홍보 효과도 거둘 수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이벤트성 프로그램을 통해 통일부의 의도대로 젊은 층에게 얼마나 통일을 홍보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통일부가 이산가족 문제나 탈북자 등을 다룬 프로그램에 협찬을 했다면 이처럼 생뚱맞게 느껴지진 않았을 것이다. 예능 오락 프로그램에 편승해 손쉽게 부처의 존재감을 알리고 싶었던 것은 아닌지? 이런 게 이명박 대통령이 강조하는 '창의적인 행정'은 아닐 것이다. 더욱이 최근 수년간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대북 창구이던 통일부는 '개점휴업' 상태다. 통일부가 정체성을 잃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뒷맛이 개운치 않다.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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