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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텐도, 애플의 마지막 ‘제물’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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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텐도, 애플의 마지막 ‘제물’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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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지난 30여년간 세계 게임산업을 선도해 왔던 일본 닌텐도가 흔들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 닌텐도가 IT업계의 지형을 송두리째 뒤바꾼 모바일 테크놀로지의 발전에 뒤처지면서 전례없는 역풍을 맞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2월 26일, 닌텐도는 포터블(휴대용) 게임기 DS의 후속 모델 ‘3DS’를 출시했다. 3DS는 전용 특수안경 없이도 3D(3차원) 입체 영상을 시현할 수 있는 개량형으로 사용자가 직접 3D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한편 온라인으로 콘텐츠를 다운받을 수 있는 기능을 더했다.

닌텐도, 애플의 마지막 ‘제물’ 되나 2월 26일 닌텐도 3DS 발매 첫날 당시 모습


당시 닌텐도는 2010년 4분기 매출이 약 4450억엔으로 2009년 같은 기간 6340억엔보다 1900억엔 가까이 감소하는 등 부진하는 상황이었다. 때문에 3DS는 7년만에 닌텐도의 실적을 반전시킬 회심의 카드였다. 최대 경쟁자인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포터블(PSP)’ 후속 기종이 아직 개발 중인 상태였기에 먼저 휴대용 게임기 시장에서 치고 나갈 기회이기도 했다.

닌텐도 3DS는 일본 출시 첫날 출하분인 40만대가 모두 팔려나가는 등 ‘돌풍’을 예고했다. 적어도 여기까지는 낙관적이었다. 3월말까지 일본에서 150만대를 포함해 전 세계에서 400만대, 2012년 3월까지 총 1600만대를 판매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3월 들어 북미와 유럽 지역에서 예약 판매 120만대를 돌파하는 등 성공을 이어나가는 듯 했지만 열기는 예상보다 빠르게 식었다. 게임전문매체 ‘게임스팟’은 실제 매장에서는 재고가 쌓여 있다면서 비싼 가격, 부족한 게임 타이틀, 기대 이하인 3D입체영상 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지난 28일 닌텐도는 회계연도 1분기(4~6월) 실적발표를 통해 3DS의 판매량을 밝혔다. 1분기 판매고 361만대에서 급격히 감소한 71만대에 불과했다. 순손실 255억엔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순익 233억엔에서 크게 떨어졌고 영업손실은 377억엔, 매출은 939억엔을 기록했다. 올해 실적전망도 하향 조정됐다. 순익 전망은 시장 예상치 924억엔을 크게 밑돈 총 200억엔, 영업이익 전망은 80% 감소한 350억엔으로 내놓았다. 매출전망은 이전 1조1000억엔에서 5년 전 수준인 9000억엔으로 하향됐다. 초라한 성적표였다.


닌텐도, 애플의 마지막 ‘제물’ 되나 이와타 사토루 닌텐도 CEO

결국 닌텐도는 8월부터 3DS의 가격을 대폭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발매된지 6개월만에 가격을 약 40%나 깎은 것은 전례없는 일이다. 미국 소매가격은 내달 12일부터 현재 249.99달러에서 169.99달러로 내리고 일본 판매가격은 11일부터 2만5000엔에서 1만5000엔으로 인하한다. 이와타 사토루(岩田聰)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을 통해 “3DS의 미래를 위해 더 늦기 전에 신속한 조치를 위하기로 결정했으며 대응 소프트웨어를 더 늘려 연말까지 3DS의 보급을 더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대폭 인하에 따른 기존 구매자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콘솔용 게임 타이틀을 온라인 스토어 ‘닌텐도 e숍’에서 무상으로 다운받을 수 있는 보상 프로그램도 실시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29일 일본 증시에서 닌텐도 주가는 21% 이상 급락해 7년 2개월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닌텐도, 애플의 마지막 ‘제물’ 되나

지난 2004년 닌텐도의 새 휴대용 게임기 DS가 첫 선을 보였을 때 시장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초등학교에서 '닌텐도'가 없으면 따돌림을 당한다는 등 사회적 이슈로까지 회자됐다.


2006년 가정용 콘솔 ‘위(Wii)’의 등장 때도 그랬다. ‘온 가족이 거실에 함께 즐긴다’는 캐치프레이즈는 가정용 게임기에 대한 일반의 인식을 바꿔 놓았다. 지금까지 닌텐도 DS의 전세계 판매량은 1억4700만대에 이르며 ‘위’도 8700만대가 팔렸다. 1999년 출시 이후 1억5000만대가 팔린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2’ 다음으로 가장 많이 팔린 기록이다.


닌텐도, 애플의 마지막 ‘제물’ 되나

그러나 불과 몇 년만에 매출은 급격히 떨어졌다. 28일 발표에 따르면 1분기 ‘위’ 판매고는 156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304만대보다 크게 줄었고 DS 판매대수도 315만대에서 144만대로 줄었다.


게임시장의 대표적 아이콘인 닌텐도의 이같은 부진은 지금까지 시장을 석권했던 전통적 게임업체들의 몰락을 상징한다. 이들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은 게임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여겨졌던 애플의 ‘아이폰’·‘아이패드’, 그리고 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워크였다.


애플 아이폰·아이패드는 단순한 휴대폰과 태블릿을 넘어 닌텐도 DS, 소니 PSP가 장악했던 휴대용 게임기 시장까지 잠식했다. 40만 개가 넘는 애플 앱스토어 등록 애플리케이션 중 15%가 게임이다.

닌텐도, 애플의 마지막 ‘제물’ 되나 징가의 '팜빌'

세계적 붐을 일으킨 로비오의 ‘앵그리 버드’가 대표적이다. 소셜 네트워크 페이스북도 게임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징가의 ‘팜빌’과 ‘씨티빌’ 등 페이스북 기반 소셜 게임도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다.


닌텐도 3DS용 게임 타이틀은 흔히 ‘게임팩’으로 불리는 카트리지 형식으로 판매된다. 개당 30~40달러의 가격대다. 그러나 스마트폰용 게임 앱이나 소셜 게임은 보통 0.99~4.99달러이거나 무료로 다운받을 수도 있다. 수익모델도 타이틀 직접판매보다는 게임 내 광고나 게임 아이템 등 콘텐츠 판매 등으로 다르다. 또 소비자 입장에서는 게임 매장으로 타이틀을 사러 갈 필요 없이 바로 온라인으로 다운받을 수 있다.


스마트폰·SNS 게임이 닌텐도에 직격탄으로 작용한 이유는 또 있다. 라이벌인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3’나 마이크로소프트(MS)의 ‘엑스박스360(Xbox360)’ 등 콘솔 기기는 대용량 메모리와 고성능 중앙처리장치(CPU)를 바탕으로 화려한 그래픽을 자랑하며 복잡한 조작을 필요로 하는 게임에 주로 치중한 반면, 닌텐도의 ‘위’나 DS는 다소 그래픽 수준은 낮더라도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어른이나 어린이도 쉽게 조작할 수 있는 ‘캐주얼 게임’ 분야에서 두각을 보였다. 닌텐도의 대표적 캐릭터인 ‘슈퍼마리오’ 시리즈나 ‘위’의 동작인식형 게임 등이 대표적인 예다. 우리나라에서도 주로 초등학생 등 유소년층에서 닌텐도 DS가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그런데 스마트폰·SNS 게임은 스틱이나 버튼 등 조작 장치가 없기에 주로 간단하면서도 중독성있는 캐주얼 게임이 주류를 이룬다. 닌텐도의 소비자층이 가장 크게 잠식당한 것이다.


닌텐도, 애플의 마지막 ‘제물’ 되나 Xbox360용 게임 '콜 오브 듀티 : 모던 워페어2'


이제 닌텐도는 훨씬 더 넓어진 시장에서 경쟁을 헤쳐나가야 한다. 앞에는 버거운 상대인 소니와 MS가 여전히 버티고 있고, 뒤로는 애플과 페이스북 등이 조여오는 형국이다. 아카디아리서치의 존 테일러 게임산업담당 애널리스트는 “현재 세계 게임업계는 기존에 있던 모든 형태의 플랫폼이 바뀌는 변화를 맞고 있다”면서 “소비자가 직접 매장을 찾아 구입해야 했던 폐쇄적 판매구조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고 말했다.


닌텐도, 애플의 마지막 ‘제물’ 되나 로비오의 '앵그리 버드'

위기는 닌텐도만의 것이 아니다. 콘솔 게임 시장 전체가 하락세다. 시장조사업체 NPD에 따르면 6월 미국 전국 매장에서 게임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매출은 9억95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11억1000만달러보다 감소했다. 게임 제작사들은 PC나 콘솔 플랫폼에서 소셜게임 쪽으로 눈을 돌리는 추세다. 페이스북용 소셜게임제작사 ‘징가’의 기업가치가 PC·콘솔용 게임 소프트시장을 주름잡아 온 대형 퍼블리셔(배급사) 일렉트로닉아츠(EA)보다도 커졌을 정도다. 최근 EA는 게임 앱 시장 공략을 위해 아이폰용 게임 ‘Plants vs. Zombies’를 개발한 팝캡게임즈(PopCap Games)를 13억 달러 규모에 인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MS는 Xbox 사업부의 당기순이익이 30% 증가한 14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Xbox360용 게임 타이틀은 1인칭 슈팅(FPS)이나 스포츠 등 고사양 게임이 많으며, 스마트폰 캐주얼 게임을 즐기지 않는 ‘하드코어’ 게임 마니아들을 집중시키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MS와 소니가 각각 자체 콘솔용 온라인 네트워크 ‘Xbox 라이브’와 ‘플레이스테이션 네트워크’를 구축해 멀티플레이어(다중 사용자) 게임 수요를 충족시킨 것도 주효했다. 상대적으로 닌텐도는 콘솔 ‘위’의 멀티플레이어 네트워크 구축에 소홀했다. MS는 한술 더 떠 동작인식 카메라 장치 ‘키넥트’까지 내놓아 ‘위’의 사용자층을 흡수해 버렸다.


닌텐도, 애플의 마지막 ‘제물’ 되나 소니의 차세대 휴대용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 비타'


연일 곤두박질하는 닌텐도가 다시 부활할 가능성은 아직 미지수다. 매출 감소에 최근 미국·유럽 재정불안에 따른 달러 약세로 엔화 가치가 급등한 것까지 겹쳐 닌텐도의 하반기 ‘턴어라운드(실적 반등)’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3DS의 가격을 대폭 내렸지만 올해 하반기 소니가 고사양으로 무장한 차세대 휴대용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 비타’를 내놓을 예정인데다 9월에는 애플이 ‘아이폰5’를 출시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닌텐도는 내년 새 콘솔 ‘위U’를 출시해 반전을 꾀할 계획이다. 태블릿과 콘솔을 결합한 형태인 위U는 콘트롤러 부분에 스크린과 가속도센서·듀얼 카메라 등을 장착한 형태이며 TV와 연동해 훨씬 다양한 형태의 게임이 가능하도록 했다. 게임 소프트 확보에서도 위U만의 전용 타이틀을 준비해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와타 CEO는 “예전에 해온 것만큼만 한다면 그것이 곧 한계”라면서 “오로지 혁신만이 성장의 동력”이라고 역설했다. 업계는 닌텐도가 이번에야말로 혁신을 보여줌으로써 다시 부활의 신호탄을 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실패한다면 WSJ의 기사 제목처럼 닌텐도는 세계 IT업계의 판도를 바꾸고 있는 애플 ‘쓰나미’의 마지막 제물이 될 수밖에 없다.


닌텐도, 애플의 마지막 ‘제물’ 되나 닌텐도의 차세대 콘솔 '위U'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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