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송 잇따르면서 감정 악화돼...용현·학익2-1지구 사업에 불똥 튀어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견원지간'(犬猿之間). 인천시와 SK그룹과의 최근 관계에 대한 인천시청 한 공무원의 묘사다.
실제 인천시 안팎에선 요즘 들어 SK그룹에 대해 비판 여론이 거세다. 그러나 SK그룹은 나름대로 지역 사회 공헌 활동을 꾸준히 해왔다며 억울해 하고 있다. 이 둘 사이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 연이은 소송‥감정 악화 불러
인천시와 SK그룹간의 감정이 악화된 것은 최근 연이은 소송 2건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우선 인천도시개발공사와 SK건설컨소시엄이 도화구역 개발과 관련해 소송을 진행 중이다. SK건설 컨소시엄은 지난 2006년 인천 남구 도화동 소재 인천대학교를 송도에 새 캠퍼스를 지어 옮기고 대학 부지 일대의 개발권을 얻는 방식으로 도화구역 개발 사업을 수주했다.
하지만 캠퍼스 건설 비용 증가,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SK건설이 "사업성이 안 나온다"며 사업을 중단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결국 인천도개공이 지난 2009년 12월 계약을 해지한 후 직접 사업을 시행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인천도개공은 SK건설에 대해 "눈 앞의 이익만 보는 이기적 기업의 행태"라고 비난했다. SK건설은 인천시의 과도한 요구 및 사업성 향상을 위한 조치를 외면한 것 등을 탓하고 있다.
갈등은 인천 송도국제도시 내 '투모로우시티'에서도 벌어졌다. 이 건물은 SK텔레콤 컨소시엄이 인천경제청 소유 부지에 1300여 억 원을 들여 건설해 지난 2009년 8월 준공했다.
문제는 공사비 정산 방법이었다. 인천도개공과 SK텔레콤 컨소시엄은 지난 2008년 1월 공사비 대신 송도국제도시내 땅을 주고 받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 침체로 땅 값이 하락하면서 SK텔레콤 측이 합의를 깨고 현금을 요구했고, 인천도개공은 그럴 수 없다고 맞섰다. 결국 소송이 진행 중이다.
여기에 인천경제청은 공공부지 무단 점유를 이유로 100억 원 가량의 변상금을 부과했다. 인천시 측은 "민간기업이 공공시설의 소유권을 볼모로 상식에 어긋나는 주장을 펴고 있다"며 불쾌해하고 있다. 반면 시행사 측은 "출자사들이 공사비를 받지 못해 엄청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불만이다.
이처럼 소송이 잇따르면서 인천시 공무원들을 중심으로 '반SK그룹' 정서가 번지고 있다. 인천시 한 공무원은 "SK그룹이 돈만 생각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나 신뢰는 고민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유탄 맞은 용현ㆍ학익2-1지구 도시개발 사업
불똥이 튄 곳은 인천 남구 용현ㆍ학익 2-1지구 도시개발사업이다.
SK건설이 추진 중인 이 사업은 42만㎡의 옛 공장 지대에 1조원을 들여 아파트 3300여 가구와 상업시설 등을 짓는 대형 도시개발사업이다. SK건설은 구역 지정ㆍ개발 계획 수립 등을 마치고 최종적으로 지난 26일 관할 남구청에 사업 시행 인가를 제출했다.
하지만 인천시는 최근 SK그룹과의 소송이 마무리 될 때까지 인가를 보류한다는 방침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SK그룹에 대한 시 내부의 분위기가 너무 안 좋아서 어떤 안이 제출되더라도 소송이 끝나기 전까지는 절대 허가를 내줘서는 안 될 것 같은 분위기"며 "급한 사업도 아니고 특혜 논란도 있었던 만큼 소송이 끝날 때까지는 지켜 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인천시 일각에서 SK그룹의 인천 연고 남녀 핸드볼팀(연간 예산 50억원) 인수를 조건으로 협상 움직임이 일고 있어 주목된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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