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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춘천산사태 유족들 "춘천시가 책임 회피"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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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인정 안하고 자연재해로 몰아가"

[현장]춘천산사태 유족들 "춘천시가 책임 회피" 분통 춘천 산사태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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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28일 오후 장대비를 뚫고 3시간을 달려 도착한 강원도 춘천 산사태 현장은 참혹했다.


봉사활동을 하러 온 인하대학생 10명을 비롯해 13명의 목숨을 앗아간 산사태 현장은 멀리서부터 짙푸른 녹음 속에 마치 지옥의 문을 열어 놓은 듯 시꺼먼 속을 드러내 보였다.

이곳은 소양강댐을 코 앞에 둔 명소로 평상시에도 MT를 오는 대학생들과 가족 여행객이 많은 명소라고 한다. 이날 현장 입구에서도 민박집과 펜션, 모텔 등이 여러곳 눈에 띄었다. 산사태 사고를 모르고 여름 휴가를 즐기기 위해 여행을 온 이들이 사고 현장을 보고 깜짝 놀라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들어왔다. 5년 만에 처음으로 방류된 소양강댐에서 흘러나온 강물만 무심히 굉음을 내며 마을 앞을 흐르고 있었다.


경찰들이 가로막고 있는 현장으로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산 꼭대기에서 토사가 흘러 내려와 토산품 판매장을 덮친, 깊은 고랑이 파인 산사태 현장이었다. 원래 있던 건물은 아예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그것도 다른 건물은 다 놔두고 콕 찍어서 한 집만 덮쳐 잠자던 주민 1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원래는 사람이 접근을 못할 정도로 나무와 토사로 가득 차 있었지만 어제부터 치우기 시작해 거의 다 정리된 상태였다. 처음엔 119 소방대도 구조를 위해 출동했지만 접근을 하지 못해 한동안 장애물을 걷어내느라 애를 먹을 정도였다고 한다. 자연의 힘이란 정말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100m 쯤 더 올라가자 인하대학생들이 목숨을 잃은 산사태 현장이 보였다. 멀리서 보기에도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마치 거인이 손으로 짓누른 듯 느껴질 정도다. 벽은 모두 터져버렸고, 집의 잔해와 나무 줄거리가 산산 조각나 흩어져 있었다. 이곳에서 35명의 인하대학생들이 머물다가 1층에 있던 20명의 1ㆍ2학년 학생 중 10명이 목숨을 잃었다. 현장 목격자들에 따르면 산사태 직후 탈출한 학생들의 귀에 한동안 살려달라는 비명이 들렸다고 한다. 토사 속에 묻혀 고통스럽게 죽어간 희생자들의 아픔이 느껴지는 것 같아 가슴이 메어왔다.


눈에 띄는 것은 잔해만 남은 ㅊ펜션이 조립식 가건물이라는 점이었다. 제대로 튼튼한 건물로 지어졌더라면 어느 정도 희생을 막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산사태가 일어난 곳의 경사가 상당해 보여 안전 조치 등이 전혀 취해지지 않았었다는 점도 의아하게 느껴졌다.


이곳 주민들도 갑작스러운 사고에 당황해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현장 입구 슈퍼 '양촌상회'에서 만난 50대 주민은 "아들 딸 같은 젊은 학생들이 죽어서 너무 가슴이 아프고 미안하다"며 "우리도 며칠 째 영업을 못하고 피해를 입었지만 어디 가서 하소연도 못 하겠다"고 말했다.


옆에 서 있던 다른 주민은 "우리 동네는 소양강댐이 옆에 있어서 물난리나 산사태 걱정은 하지도 않고 살았다"며 "이런 일은 처음 일어나 너무 당황스럽다"고 호소했다.


잠시 기사를 정리할 겸 춘천시가 상황실로 사용했다던 현장 입구 호프집으로 들어갔다. 무사히 빠져나왔지만 물건을 챙겨 나오지 못한 일부 여행객들이 이 곳에서 현장이 정리되길 기다리고 있었다. 40대 남성인 한 여행객은 "짐이 다 펜션 안에 깔려 있어서 빼내려고 하는데 경찰이 못하게 막고 있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현장을 둘러 본 민주당 손학규 대표ㆍ송영길 인천시장과 함께 30분 쯤 달려 강원대학교 병원에 도착했다. 아직 조문할 빈소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초췌한 얼굴의 유족 대표들이 맞이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와 춘천시 부시장도 곧 도착해 자리를 같이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유족들은 "무슨 이런 나라가 다 있냐"며 울분을 터뜨렸다. 사고 수습 주체인 춘천시가 천재로 몰아가면서 인재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또 춘천시장이 어제 사고 이후 유족들을 만나주지 않고 있다는 점도 유족들을 분노하게 했다고 한다. 한 유가족 대표는 "내가 토목이 전공인데, 산사태는 반드시 과실이 있는 인재"라며 "냉동실에 누워 있는 13명의 희생자들을 생각해봐라. 우리는 지금 춘천시에 엎드려 빌면서 도와달라고 하는 기분"이라고 분노를 터뜨렸다.


또 다른 대표도 "춘천시가 인재를 인정하면 덤터기를 쓸 것 같아서 책임 인정을 꺼리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고 있다"며 "손 대표가 오셨으니 통 큰 결단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유족대표들은 전날부터 시신 인도와 임시 빈소 설치를 거부한 채 위로금 규모를 정해서 알려 줄 것, 현장에 위령비를 세워 줄 것, 조사를 정확히 해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 줄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손학규 대표와 송영길 시장 등은 "무슨 말로 위로를 해야할 지 모르겠다. 국회 차원에서 정부의 대책을 요구하는 등 최대한 빨리 보상과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특히 송 시장은 3선 국회의원 출신다운 '내공'을 보여 줘 눈길을 끌었다. 송 시장은 "주민들 말을 들어보니 사고가 난 산 꼭대기에 과거 대공포 부대가 주둔했었다는데, 이전하면서 뒷정리가 제대로 안 돼 지반에 물이 스며들어가 이번 사태가 발생한 것인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또 "연평도 사태 당시 민간인 희생자 보상 과정을 볼 때 국가의 과실을 법적으로 따지는 것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니 행정안전부의 특별교부금 등 우회적인 방식으로 보상 문제 등을 풀어야 한다"고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하면서 유족들을 위로했다.


유족대표 면담을 끝내고 나오니 그렇게 무섭게 퍼붓던 비가 어느새 멈췄다. 면담을 마치고 나오던 한 관계자는 "이 비가 그쳤듯이 유족들의 마음에서 흐르는 눈물도 하루 빨리 그치고, 고통 속에서 숨졌을 희생자들이 편안히 잠들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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