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자산운용·미래에셋 '脫 여의도' 선언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국내 1위 자리를 놓고 다투는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잇따라 '탈(脫) 여의도'를 선언하며 격전지를 4대문 안으로 옮겼다. 75조원에 달하는 자산의 운용 중심지가 이전됨에 따라 금융가에도 새 지형도가 그려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을 좌지우지 하는 양대 운용사의 펀드매니저를 찾아 여의도에서 시내로 입성하는 발길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
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은 오는 8월 말 기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키움 파이낸스스퀘어 빌딩에서 태평로2가 삼성생명 빌딩으로 이전한다. 여의도 셋방살이를 접고 본가로 들어가는 것. 삼성생명 빌딩에는 삼성생명과 삼성자산운용이, 그 옆에 위치한 삼성 옛 본관 건물에는 삼성증권, 삼성카드, 삼성선물이 위치한다. 삼성화재를 제외한 그룹의 모든 금융사가 한 자리에 모이게 된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키움증권 빌딩의 임대차 계약 기간이 올해 11월까지인데 통상 6개월 전에는 통보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이전을 결정했다"며 "삼성생명 빌딩 3개층을 쓰게되며 그룹 금융사와의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앞서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은 지난 3월 서울 을지로 센터원 빌딩으로 이전한 바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오는 10월 이 건물에 합류할 계획이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한국거래소,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등 관련 기관이 다 여의도에 있기 때문에 일부 불편한 점이 있지만 그룹 금융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는 장점이 더 클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삼성자산운용이 여의도 사무실을 비우기로 함에 따라 건물주인 키움증권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핵심은 '삼성 색깔' 빼기다. 키움 파이낸스스퀘어 빌딩은 얼마전까지만해도 삼성생명 여의도 빌딩이었다. 원주인인 삼성생명이 지난 2003년 도이치뱅크에 건물을 팔았고 도이치뱅크가 금융위기 후 2009년 5월 키움증권에 매각하면서 건물 이름도 '키움 파이낸스 스퀘어'로 변경됐다. 건물주가 키움으로 바뀌었지만 삼성금융사들이 입주해 있던 탓에 삼성건물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이번 삼성자산운용의 이전을 두고 건물주인 키움측의 정체성 강화 행보로 해석하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삼성 측과의 갈등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은 뒤 "리모델링을 통해 삼성의 때를 벗고 키움의 아이덴티티를 확고히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키움 측은 건물 리모델링을 계획중이며, 다우그룹내 금융사들을 한 자리에 모을 준비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내 IT계열사들이 죽전 디지털밸리로 이전한데 이어 증권, 자산운용 등 금융관련 기업들도 한자리에 모아 시너지를 노리는 전략이다. 근거리에서 셋방살이 중인 키움증권도 조만간 임대차 계약이 만료되면 파이낸스 스퀘어 빌딩으로 입주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서소정 기자 s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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