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중국 철도부가 눈덩이 부채와 안전성 논란 속에서도 고속철 네트워크를 확장하려는 기존 계획을 그대로 추진할 수 있을까. 중국 증권가에서는 철도부의 고속철 사업이 이번 사고를 계기로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27일 중국 관영 언론 신화통신에 따르면 베이징 소재 GF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고속철 공사 작업을 마무리 하려면 8491억위안(약 1317억9000만달러)의 비용이 투입되야 할 것"이라며 "현재 26개 고속철 노선이 건설중에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중국 철도부가 공사를 마무리하고 현재 가동하고 있는 고속철은 13개 노선으로 여기에 쏟아 부은 돈은 5898억위안"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23개 이상의 고속철 노선이 착공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GF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철도부의 투자 규모가 너무 커서 그대로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투자 계획을 축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중국 철도부는 올해 7455억위안의 자금을 투입해 고속철 네트워크를 확대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지만 1분기 기준 부채 규모만 1조9800억위안(약 323조5000억원)이다. 여기에 지난 23일 발생한 고속철 사고로 철도부의 자금 부담은 더 커졌다. 베이징 자오퉁 대학의 자오지엔 교수는 "중국 철도부는 현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중국 철도부의 고속철 사업이 단기적으로 위축될 가능성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존 계획이 유지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진단도 내놓고 있다.
중국 GJSR펀드의 청저우 펀드매니저는 "고속철 사고 때문에 단기적으로 고속철 투자 속도가 느려질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정부는 고속철 네트워크 확대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어 계획을 취소하지는 못하고 안전기준과 감시, 감독을 강화하는 쪽으로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국 철도부의 고속철 사고 졸속 수습에 대한 민심이 들끓자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27일 신속하고 투명한 고속철 사고 조사를 명령했다.
원 총리는 국무원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사고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유가족에게 위로의 뜻을 전했다. 이와 함께 "과학적이고 법에 근거한 실사구시의 원칙에 따라 사고 조사를 진행하고 법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조사 및 사건 처리 과정은 공개적이고 투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선미 기자 psm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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