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태양광 산업 규모는 지난해 6조5000억원에서 올해는 10조원 내외가 예상될 만큼 산업 성장 속도가 매우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도 투자 계획을 속속 발표하며 태양광 산업에 진입하고 있고, 실리콘을 이용한 결정형 태양전지 기술과 더불어 박막, 연료감응형 등 다양한 형태의 기술 개발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가까운 미래의 에너지원으로서 태양광이 각광을 받으면서 산업의 가치사슬이라고 할 수 있는 폴리실리콘에서 잉곳ㆍ웨이퍼, 셀, 모듈 등 관련 산업에 대한 투자자나 국민들의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는 요즘이다.
앞으로 태양광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이라는 큰 틀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듯싶다. 그런 의미에서 화석 연료로 생산한 전력과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력 가격이 같아지는 시점인 그리드패리티(Grid Parity)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그리드패리티는 전기를 사서 쓰는 것보다 태양광 발전 설비를 자체 도입해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 더 이익인 시점을 말한다. 태양광 발전이 각국 정부의 지원 없이 홀로 자생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지구 환경 보전과 같은 정책적 의지가 아니라 경제적 관점에서 접근이 이루어지는 일대 산업 전환점이 될 것이 분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태양광 산업은 그리드패리티가 달성되는 순간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내다보고 있다.
미국 남부의 캘리포니아나 유럽의 일부 지역은 이미 그리드패리티를 지나 경제성만으로 태양광 설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도 웅진폴리실리콘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1260만가구 중 약 3%에 달하는 37만가구가 이미 그리드패리티에 도달한 상태다.
현재 대용량 태양광 발전을 설치하면 ㎾당 발전단가는 167원으로 경유 823원, 중유 182원, 양수발전 203원보다 경쟁력을 갖추었으며 발전단가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향후 2~3년 이내에 수력, LNG, 무연탄 방식 발전도 뛰어넘을 수 있을 전망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전기료 누진제를 채택하고 있다. 소요전력이 100㎾h를 넘어설 때마다 구간별 기본요금과 사용요금이 배로 늘어나는 구조다. 500㎾h를 초과하는 구간에서 태양광 발전으로 전력을 보충한다면 전기료를 획기적으로 아낄 수 있으며, 여름철마다 불거지는 전력 위기를 지혜롭게 극복할 수 있다.
이러한 그리드패리티는 생각보다 우리 곁에 훨씬 빨리 찾아올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태양전지(모듈) 가격이 1달러 아래로 떨어지면 그리드패리티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현재는 모듈당 1.3달러 수준인데 이는 연초 대비 30%가량 하락한 가격으로 생산과 공급의 균형이 일시적으로 깨져 업계가 예상한 것보다 그리드패리티에 접근하는 속도가 빨라졌다. 이 밖에도 물가 상승과 연계한 전기료나 유가 상승, 기술 발전을 통한 지속적인 고효율 제품 개발 등이 그리드패리티를 앞당길 요인들로 꼽히고 있다.
태양광 산업에 있어서 그리드패리티 도달은 산업의 르네상스를 뜻한다고 할 수 있다. 태양광 산업 초기에만 해도 2020년으로 예상됐던 그리드패리티가 최근 2014년 이내로 다가왔다.
그리드패리티가 다가올수록 업계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기울이겠지만 상대적으로 시장은 크게 확대될 수 있어 업계에 도움이 된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이러한 그리드패리티의 속도를 쫓아가보는 것만으로도 태양광 산업의 성장을 가늠할 수 있는 관전포인트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 같다.
유학도 웅진에너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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