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솔 기자]어닝쇼크에 휘청였던 코스피 시장에 유럽발(發) 훈풍이 불어오고 있다. 유로존 17개국 정상들이 그리스 지원안 도출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바로 그것. 간밤 미국과 유럽 주요 증시는 그리스 불안감 해소에 힘입어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21일 코스피는 전날 보다 9.91포인트(0.46%) 내린 2145.04에 거래를 마쳤다. 2분기 실적을 발표한 현대중공업과 LG화학이 각각 5.09%, 6.48% 하락하면서 지수를 끌어내렸다. '어닝 쇼크' 뿐 아니라 인접 국가에서 발표된 경제 지표도 투자심리를 냉각시켰다.
중국 제조업 구매자지수(PMI) 예비치가 28개월만의 최저치인 48.9를 기록, 경기 위축 우려를 키웠다. 일본에서는 6월 무역수지가 대지진 이후 3개월 만에 흑자전환됐다는 발표가 나왔지만 이는 국내 시장에 호재 보다는 악재로 작용했다. 일본 제조업체들의 가동률이 상승하면서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누렸던 대지진 반사이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진 것. 현대차 3인방과 차 부품 업체들이 부진했다.
호재 보다는 악재가 많았던 전날 주식시장이 마감된 이후 유럽에서는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유로존 정상들이 1090억유로(1570억 미국달러)규모의 그리스 지원안에 합의했다는 소식이다. 대출 만기일을 기존 7.5년에서 최대 30년까지 늘려주고 현행 5.5~6%인 금리는 3.5%로 낮춰 주기로 했다. 민간 투자자 역시 만기가 긴 국채로 교환하는 방식을 포함해 500억유로 규모로 그리스 지원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아일랜드와 포르투갈은 민간 지원은 받지 않지만 하향 조정된 금리는 적용받게 된다.
세부안에 대한 각국의 의견이 달라 진통을 겪었던 그리스 2차 구제금융이 마무리되면서 세계 주식시장은 일제히 반색했다. 그리스 재정위기 문제가 완전히 마무리된 것은 아니지만 일단 인접 국가로의 확산 가능성을 낮췄다는 데 투자자들은 안도했다.
영국 FTSE지수가 0.78% 올랐고 프랑스와 독일 증시 역시 각각 1.65%, 0.95% 올랐다. 그리스 국채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프랑스와 독일 은행주를 중심으로 강세를 보였다 . 독일 코메르츠방크가 9.6% 올랐고 도이치방크도 3.1% 올랐다. 프랑스에서는 소세에테제네날이 6.2%, BNP파리바가 4.2% 올랐다. 유로화도 강세를 보이며 장 중 달러화에 대해 유로당 1.4230달러에서 1.4436달러까지 상승했다.
미국 증시는 모건스탠리를 비롯한 주요 기업들의 실적 효과까지 더해지며 오름세를 탔다. 간밤 다우지수는 1.21%, S&P500지수는 1.35% 올랐고 나스닥도 0.72% 상승 마감 했다.
유익선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그리스 문제 해결의 합의점이 도출되면서 유로존 재정이슈의 추가 확산 가능성이 크게 낮아졌다"며 "시장이 우려하는 스페인-이탈리 아 전이 가능성이 제한되면서 안전자산 쏠림 현상이 약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코스피 시장에서는 전날 현·선물을 동반 순매도한 외국인 투자자의 시각 변화가 관심거리다. 외국인은 8거래일째 현물 시장에서 매도 공세를 펴왔다. 전날 매도 규모는 1840억원였다.
이솔 기자 pinetree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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