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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니 "유럽의 마지막 카드는 '선택적 디폴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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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세계금융위기를 예견했으며 ‘닥터둠’이란 별칭으로도 유명한 경제학자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유로존 재정적자 위기의 유일한 해법은 그리스의 채무재조정과 선택적 디폴트(채무불이행)이라는 의견을 제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루비니 교수는 18일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에 기고한 ‘유로존의 마지막 승부(Eurozone's Last Stand)’란 제목의 칼럼을 통해 내년이면 그리스의 공공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6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채무재조정 외 다른 대안은 사실상 사라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국제통화기금(IMF)·유럽중앙은행(ECB)·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이 추진하고 있는 그리스 공공부문에 대한 완전 구제금융은 ‘도덕적 해이의 극치(Mother of All Moral Hazard)’라면서 “너무나 막대한 비용이 들며 독일 등 유로존 중심국들의 반대 때문에 정치적으로도 거의 불가능한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또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지지 아래 프랑스 은행권이 제안한 그리스 국채의 자발적 롤오버(차환) 역시 “엄두를 못낼 정도로 높은 금리 때문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으며 채권 잔존가액(Residual Value)을 늘려 실질적으로 채권자의 이익만 키움으로써 막대한 공적자금 낭비로 이어진다”고 비판했다.

프랑스의 제안은 올해부터 2014년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그리스 국채의 70%를 신규 그리스 국채에 재투자하고 30%를 현금으로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하며 70% 중 절반은 30년 만기 국채로 교환하고 나머지 20%는 AAA 등급 채권에 투자해 만기연장하자는 안이다. 이에 관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프랑스 제안은 그리스 채권을 보유한 민간은행이 만기연장을 하는 데 더 높은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그리스 채권 보유량이 많은 프랑스 은행들에게 유리한 한편 그리스의 채무부담만 늘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루비니 교수는 “우루과이·파키스탄·우크라이나 등 신흥시장국 국가부도위기 사태의 해법처럼 시장질서를 지키는 가운데 강제적인 채무재조정을 실시하는 것이 유일한 실질적 해결방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세 가지 전제 아래 기존 국채를 신규 국채로 교환해야 하며 첫째, 국채의 액면가를 유지하고 둘째, 신규 국채는 만기 20~30년의 장기물이어야 하며 셋째, 신규발행분의 금리는 현재 불안정한 시중금리 수준보다 상당히 낮게 설정하고 기존 국채 금리에 비해서도 조금이나마 낮은 수준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루비니는 첫째 전제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국채 액면가가 유지될 경우 은행권·보험사·연기금 등 채권자들에게 당분간 채권 가치를 온전히 보장해 줌으로서 채권자들이 막대한 대차대조표상 손실을 입지 않아도 되고 재정위기가 다른 국가로 전이되거나 ‘뱅크런’ 사태가 일어날 위험성을 크게 줄인다고 설명했다.


또 국채 액면가가 유지된다고 해도 만기를 연장하면 현재 가치를 놓고 볼 때 그리스 입장에서 채무 부담을 상당히 덜어주는 효과를 낸다. 1유로의 가치는 지금보다 30년 뒤에는 더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 앞으로 수십년 동안 채무를 또 연장할 위험도 사라진다고 루비니는 설명했다.


채무재조정 방안은 최근 그리스 위기 해법에서 ‘버리는 패’로 그 입지가 크게 줄었다. 프랑스가 내놓은 ‘유럽판 브래디플랜’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입장에서도 지지할 만한 카드로 부각됐기 때문이다. 또 그리스에 대한 2차 구제금융 제공 논의도 시장의 우려를 다소 가라앉히는 데 한몫했다.


그러나 이탈리아 긴축재정안 통과를 앞두고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이 폭등하고 이탈리아 은행주의 투매 현상도 뒤이어지면서 다시 위기가 크게 부각되면서 채무재조정 안이 다시 전면에 떠올랐다.


국제신용평가사들은 그리스에 대한 채무재조정을 ‘신용 사건(Credit event)’으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해 왔으며 그리스 신용등급이 ‘선택적 디폴트(Selective Default)’로 떨어지겠지만 루비니 교수는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일이며 고작해야 몇 주 정도로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우루과이의 경우 지난 2002~2003년 차환으로 2주간 국가신용등급이 선택적 디폴트로 하향됐지만 성공적으로 평가되면서 공공부채가 더 지속할 수 있는 수준까지 줄어들자 얼마 뒤 투자부적격등급으로 다시 상향됐다면서 ECB와 유럽 은행들도 2~3주 정도의 일시적 강등은 버틸 수 있다고 언급했다.


루비니는 또 채권자들이 이같은 차환에 참여하는 것을 거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례를 볼 때 만기까지 국채를 보유하는 채권자들은 동일한 액면가로 교환하는 것을 받아들였지만 시장거래에 집중하는 투자자들은 액면가치가 더 할인되면서 금리가 더 높아진 채권을 바라는 경향을 보여 왔으며 관계자간 조율을 통해 거부감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루비니 교수는 재정위기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은 유럽 전체 차원에서 역내 은행들의 자본확충을 실시하는 것이라면서 EFSF같은 공공자원을 그리스나 다른 재정위기국들에게 직접 투입하는 대신 아일랜드·스페인·이탈리아 뿐만 아니라 독일·벨기에까지 유로존 내 은행들의 증자에 투입해야 하며 ECB 역시 무제한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루비니는 유로존이 함께 경제성장을 이끌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면서 그 첫 단계로 ECB가 금리인상을 중단하고 부분적인 통화완화정책을 실시해 유로화 가치를 떨어뜨려 재정위기국들이 다시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독일은 긴축재정 계획을 연기해 유로존 경제 전체가 위축되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유로존이 추진하고 있는 해법은 매우 불안정하기에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유로존은 더 다양한 균형성의 확보, 즉 더 큰 차원의 경제적·재정적·정치적 통합과 공동의 성장을 통한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면서 여기서 실패한다면 결국 유로존의 운명은 붕괴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영식 기자 gr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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