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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의 국민남동생, 유승호 vs 대니얼 래드클리프

시계아이콘읽는 시간3분 8초

지난 18일 방송에서 드디어 성인 역의 여운 유승호가 SBS <무사 백동수>에 등장했다. 그리고 우연이지만 유승호와 함께 폭풍 성장의 예로 자주 꼽히는 대니얼 래드클리프 역시 지난주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2> 개봉을 통해 완전히 다 자란 청년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역 출신 배우들을 평가하는 중요 기준인 ‘마의 16세’를 잘 넘긴 예와 못 넘긴 예로 종종 비교되긴 하지만 두 배우는 어린 시절부터 배역으로 또 배우로서 잘 성장했다는 점에서 더욱 흥미로운 비교대상이다. <10 아시아>는 <무사 백동수>를 통해 새로운 성인 연기에 도전하는 유승호와 이제 해리 포터 시리즈를 마무리 지은 래드클리프의 성장 과정을 톺아본다. 보기만 해도 아련해지는 과거부터 가능성으로 충만한 미래까지, 카메라 앞에서 자라온 두 소년, 아니 청년의 이야기가 여기 있다.


동서양의 국민남동생, 유승호 vs 대니얼 래드클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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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의 말썽꾸러기 상우
지지리도 말 안 듣는 전형적인 미운 7살이었다. 나중에 다 자라 “그 땐 너무 어려서 감독님이 시키는 대로 할머니를 괴롭히는 수밖에 없었다”며 사과할 정도로 할머니에게 못되게 굴었다. 짜증은 기본이고, 인라인 스케이트로 방안을 긁어놓고, 심지어 욕도 했다. 물론 스크린 바깥에선 “그냥 (촬영이) 빨리 끝나서 좋다”던 마냥 어린 소년이었지만 영화 전반부까지 관객에게 제대로 미움을 샀다. 하지만 할머니가 만들어놓은 바가지 머리를 가지고 어떻게든 멋을 내보려 이리저리 가르마를 타는 귀여운 모습과 할머니를 보고 눈물을 쏟는 장면에 결국 어른들의 마음은 무장해제 되었다. 물론 이때만 해도 이 아이의 잘 자란 모습까지 기대하지는 않았다. 포스터에 적힌 어린 배우의 이름은 유승호였다.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의 청순한 귀공자 해리
집안에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 11살 소년이었다. 하지만 원작 팬이 아니더라도 계단 밑 방에서 살고 있는 해리가 부당한 취급을 받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스토리도 그렇지만 안경 너머의 맑은 눈, 그리고 투명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피부의 소년 래드클리프를 보며 모두들 이 아이를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었으니까. 원작자 조앤 롤링이 “오래 전에 잃어버린 내 아들을 다시 만난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해리와 싱크로율 백퍼센트를 기록한 이 소년은 지상 최대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블록버스터 주인공답게 캐스팅 순간부터 스타 대접을 받았다. 후속편 출연은 당연해 보였다. 그리고 그 모습 그대로 나이 먹을 줄 알았다. 적어도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을 볼 때까지만 해도 그럴 줄 알았다.

동서양의 국민남동생, 유승호 vs 대니얼 래드클리프


SBS <왕과 나>의 고뇌하는 왕 성종
자폐아 연기로 인상적인 순간을 남긴 KBS <부모님 전상서> 같은 작품이 있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유승호의 작품 활동은 잘 나가는 아역 배우들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KBS <불멸의 이순신>에서는 주인공의 아역이었고, A급 아역 배우로서 꼭 거쳐야 할 어린이 드라마에선 세 명의 마법전사 중에서도 가장 비중이 높았다. 여전히 귀여웠지만 <에일리언 샘>에 함께 출연한 장근석처럼 성장할 수 있을지는 몰랐다. 그러다 <왕과 나>에서 왕의 아역을 맡았다. 그리고 놀랍게도 제왕의 수심 깊은 눈빛을 담아냈다. 누군가의 아역이기 이전에 그 자체로 빛나는 열다섯 소년 배우의 탄생. 언젠가부터 누나들은 유승호를 보며 ‘아웃백 타령’을 하기 시작했다.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의 분노하는 사춘기 해리
키가 훌쩍 자랐다. 머리카락은 남자답게 좀 더 짧게 잘랐다. 호그와트의 교복보다는 청바지에 셔츠가 어울린다. 그렇다. 해리는 그리고 래드클리프는 자랐다. 첫 편에서 해리가 겪은 고난처럼 이 시리즈는 결코 아동용 판타지로 볼 수 없는 작품이었지만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부터 해리의 사춘기적 방황과 부모님을 잃은 상실감과 분노가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자신의 연기를 본 래드클리프가 깜짝 놀랄 정도로. 물론 래드클리프 역시 자신을 향한 지구촌의 환호에 어리둥절해 하던 어린 아이가 아니었다. 그는 시리즈의 마지막에 해리 포터가 볼드모트와 함께 죽게 될 것이라 예상하며 이건 ‘진지한’ 이야기라고 못 박았다. 이제 걷는 폼이 아장아장하던 귀공자는 스크린에서도 그 바깥에서도 사라졌다. 그리고 어쩐지, 얼굴이 좀, 넓어진 것 같다. 아니, 착각이겠지.


동서양의 국민남동생, 유승호 vs 대니얼 래드클리프


<선덕여왕>의 최종병기 김춘추
최소 <왕과 나>부터, 조금 더 보수적으로 잡아도 MBC <태왕사신기>부터 누나들의 로망이 되었던 유승호는 2009년, 한 유제품 CF에서 ‘누나 아~~~’를 보여주며 인기에 화룡정점을 찍는다. 이제 그는 알 만한 누나만 몰래 좋아하는 나만의 승호가 아닌, 국민 남동생이자 리틀 소지섭이 되었다. 그가 <선덕여왕>의 김춘추로 캐스팅되었을 때, 시청자들은 비담 김남길의 활약 속에서도 김춘추의 등장을 카운트했다. 사실 <선덕여왕>에서 그의 캐릭터와 연기가 기대만큼 인상적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들지만 아직 십대인 배우가 그 해 대표작의 ‘최종병기’라는 칭호를 받고 시청자들의 기대를 받는 상황은 그 자체로 흥미로운 것이었다. 불완전한 어른도, 잘 자란 소년도 아닌, 그냥 스타 유승호가 등장했다.


<해리 포터와 불의 잔>의 복근 해리
운동했나. <해리 포터와 불의 잔>에서 해리의 목욕 신을 보며 모두들 그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이미 전작에서 2차 성징의 징후를 보여주고 있었지만 이토록 테스토스테론이 많이 분비되고 있을 거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언제나 론, 헤르미온느와 삼총사로만 다니던 해리가 같은 학교의 초 챙에게 이성적 호감을 느꼈던 건 그래서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 물론 여전히 극 중 해리는 3살 차로 트리위저드 대회에 참가할 수 없는 나이지만 훗날 <트와일라잇>의 히어로가 될 배우 로버트 패틴슨과 함께 자웅을 겨루며 남자로서의 매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헤르미온느 역의 엠마 왓슨과 함께 래드클리프가 세계적 틴에이저 스타로 각광받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 심지어 한국에서는 래드클리프를 주인공으로 한 팬픽도 만들어졌다. 해리 포터 역의 래드클리프가 아닌 스타 래드클리프가 등장했다.


동서양의 국민남동생, 유승호 vs 대니얼 래드클리프


어른의 사랑을 배운 <욕망의 불꽃>의 김민재
21살의 재벌 3세, 그리고 여배우와의 사랑. <욕망의 불꽃> 속 김민재는 나이만으로도 유승호의 필모그래피 중 유독 동떨어진 지점에 있는 캐릭터다. 사극 복장이나 교복 차림이 아닌 정장 차림의 유승호라니. 물론 사랑을 믿고 돈에 흔들리지 않는, 너무 순수한 영혼의 인물이라 본격적 성인 연기라고 하기에는 민망한 감이 있지만 적어도 백인기와의 러브 라인은 전작 KBS <공부의 신>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황백현이 길풀잎에게 하려던 키스 시도가 풋풋하고 귀여운 것이었다면, 백인기가 김민재의 넥타이에 남긴 입술 자국은 어른 세계로의 진입에 대한 징표 같은 것이었다. 그 사실에 기뻐하든 실망하든, 지금 유승호가 실제로는 십대든 아니든 이것 하나는 확실하다. 더는 <공부의 신> 같은 작품을 찍을 수는 없다는 것.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의 해리
전작에서 짝사랑하던 초 챙과 키스했다는 사실은 오히려 부차적이다. <해리 포터와 불의 잔> 이후 래드클리프가 연극 <에쿠우스>에서 앨런 역할을 맡았다는 사실에 비하면. 불안한 표정으로 담배를 물고 나체를 드러내며 말에 대한 뒤틀린 애정과 신앙을 드러내는 이 역할은, 그 자체로도 파격적이지만 ‘나에 대해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인식을 뒤흔들고 싶다’던 래드클리프의 욕망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더욱 인상적이다. 해리 포터를 통해 그를 좋아했던 팬들은 거의 비난에 가까운 우려를 했지만 래드클리프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연기적 갈증을 채웠고,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에서는 볼드모트에 맞서 군대를 조직하는 한층 성숙한 해리를 연기했다. 하지만 몸과 마음의 성장이 꼭 좋은 결과로만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무슨 소리냐고? 이 작품의 어린 시절 회상 신을 보면 알 수 있다.


동서양의 국민남동생, 유승호 vs 대니얼 래드클리프


어쨌든 잘생겼다, <무사 백동수>의 여운
드디어 여운이 등장했다. 하지만 지난 <선덕여왕>과 같은 기다림은 아니었다. 이제 다 자란 여운을 만나기 위해서는 예전의 유승호보다 성숙한 느낌의 박건태가 5회 동안 아역을 맡아야 한다. 백동수 역의 지창욱과 함께 한 작품의 투톱을 맡게 된 것을 비롯해 살성을 품은 악역이라는 것까지 <무사 백동수>는 유승호의 성인 연기 경력에 있어 한 방점이 될 확률이 높다. 긴 앞머리를 찰랑이며 저자의 여인네들을 두근거리게 한 장면만으로도 이미 새로운 발걸음은 시작됐다.


어쨌든 잘 끝냈다,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의 해리
모든 것이 끝났다. 10년을 이어져 온 시리즈도, 해리의 여정도. 그리고 이제 새롭게 시작이다. 배우 래드클리프의 시간은. 해리 포터와 함께 성장하며 때론 그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쓰기도 했던 이 배우는 이젠 해리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다. 하지만 괜찮다. 막대한 부를 안겨준 시리즈가 끝났어도, 해리 포터가 아닌 털포터라 놀림 받아도, 그는 이제 겨우 이십대 초반, 가진 거라고는 무한한 가능성밖에 없는 시기다. 아, 돈도 많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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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위근우 기자 eight@
10 아시아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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