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정유사 기름값 할인행사 종료 십여일만에 휘발유가 ℓ당 70원 이상 가격이 오르자 정유사와 주유소, 시민단체가 기름값 인상 책임에 대한 열띤 공방을 벌이고 있다.
정유사들은 지난 한 달 동안 공급가격을 오히려 내리거나 단계적으로 인상했다며, 주유소가 최종 판매가격을 결정하기 때문에 가격 인상의 책임은 주유소에 있다고 떠넘기고 있다.
주유소들은 정유사에서 내렸다는 공급가격과 일선 주유소의 구입가격이 다르다며 맞서고 있다.
18일 오피넷에 따르면 7월 첫째주 주유소 SK에너지 공급가격은 ℓ당 1756.93원으로 전주에 비해 10원 가량 낮아졌다. GS칼텍스는 1758.87원으로 전주보다 4.19원 올랐으며, 현대오일뱅크와 에쓰오일은 1773.68원, 1770.56원으로 각각 6.1원, 26.8원 상승했다.
이 때문에 6월 마지막주 공급가격이 가장 비쌌던 SK에너지는 일주일만에 휘발유 공급가격이 가장 저렴한 정유사가 됐다. SK에너지 관계자는 "기름값 할인 종료 이후 타 정유사와 공급가격 차이를 줄이기 위해 공급가격을 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단계적 인상 방침을 밝힌 GS칼텍스는 가격 할인 종료 이후 가격 환원을 일주일간 5원 이내로 줄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주유소의 판매가는 오히려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일 보통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ℓ당 1919.33원을 기록한 이후 17일 1937.18원까지 꾸준히 올랐다.
이에 소비자시민모임 석유시장감시단은 주유소의 유통마진이 최근 급격히 올랐다며 마진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소시모는 15일 "주유소들이 정유사의 가격할인과 국제유가의 하락을 틈타 주유소의 마진을 계속 인상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주유소의 휘발유가격이 급격히 인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유사 관계자는 "석유제품 소매가는 개별 주유소가 주변 시세 등 시장상황을 감안해 자율적으로 정하기 때문에 할인 종료 이후 기름값이 오르는 문제의 책임을 정유사에게만 미루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주유소들은 "오피넷에 공개된 공급가격과 실제 매입가격이 차이가 있다"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6월 마지막주 오피넷에 공개된 휘발유 공급가와 자영 주유소가 매입한 가격은 정유사별로 많게는 ℓ당 73원까지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SK에너지는 오피넷에 나온 공급가가 1776원이었지만 자영 주유소 매입가격은 1849원으로 73원 차이가 났고, GS칼텍스 오피넷 가격은 1754원인데 실제 주유소 매입가는 1771원으로 17원의 격차가 있다. 또 에쓰오일(S-oil) 오피넷 가격은 1743원으로 실제매입가 1769원보다 26원 차이났다.
특히 SK에너지는 SK네트웍스에 기름을 공급한 이후 제품을 유통하기 때문에 가격차이가 많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협회 관계자는 "정유사에서 밝히는 주유소 공급가격은 주유소뿐만 아니라 대리점과 판매소에 공급하는 가격이 포함된 것"이라며 "실제 주유소가 공급받는 가격으로 산정하는 것은 잘못이다"고 주장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