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말하면 KBS <공주의 남자>(극본 조정주 김욱, 연출 김정민 박현석)는 조선시대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수양대군(김영철)의 장녀 세령(문채원)과 좌의정 김종서(이순재)의 막내 아들 승유(박시후)는 서로 사랑하지만, 수양대군이 왕위에 오르기 위해 김종서의 일가족을 살해한 계유정난으로 하루아침에 원수 사이가 된다. 공주의 자리에 오른 세령은 가문과 지위를 모두 버리며 승유와의 사랑을 지키려 하지만, 승유의 목표는 오로지 수양대군에게 처참히 살해당한 아버지와 두 형들의 복수다.
조선시대판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과 복수
13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김정민 감독은 “단종-세조 시대의 이야기는 KBS <한명회> 등을 통해 이미 많이 했기 때문에, 어떻게 다른 관점으로 그릴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고 밝혔다. 때문에 <공주의 남자>는 계유정난을 중심으로 이 사건이 각 인물들의 삶과 사랑에 끼친 영향을 다룬다. 이는 정치적인 격변기 속에서 백동수라는 영웅이 탄생하는 서사를 다루는 SBS <무사 백동수>와 유사하지만, <무사 백동수>가 무사들의 삶을 중심에 놓은 선 굵은 액션 사극이라면 세령과 승유의 비극적인 사랑을 주로 다루는 <공주의 남자>는 좀 더 감성적인 멜로 사극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세령은 역사서에는 기록이 없는 인물로, 승유와의 관계는 <금계필담> 등의 야사에 기록된 수양대군의 딸과 김종서 손자의 사랑을 ‘김종서의 막내아들’로 바꾼 후 끌어온 것이다. 동생 단종과 남편 정종이 수양대군의 손에 죽은 후 노비 신세로 전락하는 경혜공주(홍수현)나 승유의 죽마고우임에도 세령을 사랑하게 되는 신숙주의 둘째 아들 신면(송종호) 역시 실존인물이지만, 구체적인 설정은 재미를 위해 만들어진 부분이다.
결국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한 세령과 가문의 복수라는 큰 짐을 짊어진 승유 사이의 딜레마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그리느냐가 <공주의 남자>의 가장 큰 숙제다. 마냥 순진하고 어리기만 했던 세령이 종학(종친들의 교육기관)의 강사인 승유와 사랑에 빠진 후 “스승님을 구할 수 있다면 어떤 일이라도 할 수 있는” 강인한 여인으로 변해가는 등 비극적 운명에 맞서는 인물들의 고뇌와 변화가 기대되는 지점이다. 동시간대 방영되는 SBS <보스를 지켜라>나 MBC <넌 내게 반했어> 등 로맨틱코미디 사이의 유일한 사극이자 정통 멜로라는 사실 또한 차별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세령과 승유의 두려움 없는 사랑은 얼마나 많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릴 수 있을까. 비극의 시작은 20일 밤 9시 55분에 확인할 수 있다.
사진제공.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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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황효진 기자 seventeen@
10 아시아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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