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비 뿌려 주세요” 오후 5시가 넘어도 꺾이지 않는 더위 속에 성북동 한 곳에서만 비가 내린다. 지난 7월 6일, 수많은 카메라가 모여 있는 영화 <너는 펫>의 촬영 현장을 헤집고 들어가자 박스 안에 웅크리고 앉아있는 장근석이 보였다. 장근석은 <너는 펫>에서 겉으로 보기에 완벽한 삶을 살지만 인간관계는 서툰 지은(김하늘)을 주인으로 모시는 ‘펫’, 인호 역을 맡았다. 현실에서 쉽게 볼 수 없을 것만 같은 이야기처럼 세 명의 스태프에게 둘러싸여 물을 닦아내고 그 뒤에 더 많은 기자들에게 둘러싸인 장근석은 다가가기 어려운 스타로만 보였다. 지은에게 기대는 장면을 와락 안기는 것으로 바꾸고 진지하게 김하늘과 동작을 맞춰보는 장근석은 감독의 OK 사인을 받은 후 여유 있게 기자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저런 펫은 영화에서만 있을 거야’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장근석은 정교하게 만들어진 대본처럼 움직이는 듯했다.
하지만 인터뷰의 딱딱한 형식을 깬 건 장근석이었다. 젖은 머리를 말리고 돌아온 그는 하나의 질문을 받고도 자신의 생각을 덧붙여 차근차근 대답하는 것에 익숙해보였다. 쉽게 말하는 건 아니지만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데에 거리낌이 없어 보이는 이 배우는 맡은 배역을 설명하며 자연스럽게 ‘인간 장근석’을 말했다. 천재무용수에서 뮤지컬배우가 되어 새로운 인생을 즐기는 인호를 설명하며 “남들이 예상하지 않는 돌발적인 장난을 많이 치는 점이 나랑 닮았다”고 자신을 드러내는가하면, “강아지를 키우는 입장에서 가끔 정말 주인에게 사랑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골똘히 생각한다”고 작품을 준비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상대 배우를 이야기할 땐 ‘로맨틱 코미디계의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표현해 웃음을 자아내고 동시에 영화의 포인트를 설명하는 모습에서는 진지한 고민을 거친 흔적이 묻어난다. 인터뷰 내내 장난스러운 말을 덧붙이면서도 일에 관해서 진지한 장근석의 모습은 “하늘 누나가 너무 귀엽지만도 않고 너무 남성답지도 않은 사람이 장근석이라고 했다”는 그의 말을 떠올리게 했다.
“얼마 전에 뮤직비디오 찍었는데, 보실래요?” 인터뷰가 끝나고 스스럼없이 뮤직비디오 촬영 장면을 보여주는 장근석에게서 더 이상 정해진 대로 움직이는 스타의 느낌은 받을 수 없었다. “다들 술자리가 좋아서 술 마신다고 하잖아요. 저는 술이 좋아서 술자리에 와요”라고 웃으며 말하는 장근석. 이쯤 되면 자유로운 장근석이 만드는 ‘자연스럽고 진짜 같은’ 새로운 펫을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
10 아시아 글. 한여울 기자 sixteen@
10 아시아 사진. 채기원 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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