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독의 뉴스코프, 해킹 파문으로 4일간 70억달러 손실
[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미디어재벌 루퍼트 머독이 이끄는 뉴스코퍼레이션의 시가총액이 최근 4거래일간 70억달러 가까운 손실을 내며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타블로이드 일요신문 뉴스오브더월드의 폐간으로 이어진 휴대전화 도청 파문이 머독의 미디어 제국 전체를 뒤흔드는 형국이다.
12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뉴스코프의 주가는 호주 시드니 주식시장에서 이날 전일대비 4.6% 하락한 15.19호주달러를 기록했다. 11일 뉴욕 나스닥에서는 전일대비 1.27달러(7.6%) 하락한 15.48달러로 마감해 2009년 4월 이후 가장 최대 낙폭을 보였다. 뉴스코프의 주가는 4일 연속 하락을 이어가면서 기업가치를 412억달러로 15% 떨어뜨렸다.
데이빗 뱅크 RBC캐피털마켓 애널리스트는 “이같은 손실은 뉴스오브더월드의 폐간과 머독이 추진했던 영국 위성방송 스카이(BSkyB) 인수작업이 지연된 것에 따른 손실 예상치를 훨씬 넘어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휴대전화 음성메시지 불법 해킹에 따른 후폭풍이 머독이 소유한 폭스TV네트워크 등 다른 업체들까지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머독의 뉴스코프는 월스트리트저널을 비롯해 영국 더타임스, 타블로이드 선(Sun)과 선데이타임스 등을 보유하고 있다. 뱅크 애널리스트는 “이번 사태가 훨씬 큰 논란으로 비화되고 있으며 뉴스코프에 대한 불확실성 증대로 주가에도 상당한 영향이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언론들은 뉴스오브더월드가 고든 브라운 전 총리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 대한 정보까지 뇌물 등을 통해 불법적으로 입수하는 등 도청이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보도하면서 파문이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뉴스코프가 추진해 온 BSkyB 인수작업이 무산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뉴스코프는 이미 BSkyB의 지분 39%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100%로 늘려 완전히 소유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제레미 헌트 영국 문화장관은 머독의 BSkyB 인수 건에 대해 반독점 규제기관인 경쟁위원회(Competition Commission)가 조사에 나설 것이며 최소 6개월 정도가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닉 클레그 부총리도 휴대전화 도청사건 피해자를 만난 뒤 머독에게 직접 BSkyB 인수를 철회할 것을 요구했으며 에드 밀리번드 노동당 당수도 BBC에 출연해 머독이 인수를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언 휘태커 리버럼캐피털 애널리스트는 “정부가 더 이상 인수를 승인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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