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타운> 18회 KBS2 수-목 9시 55분
로또는 다시 공중으로 날아갔다. 18회 마지막 장면은 ‘육쪽 마늘’ 식모들과 강태원(이재용) 부부, 건우(정겨운)와 영희(김민준)까지 다함께 당첨금을 찾으러 가던 중 바람에 휩쓸려간 복권을 잡으려는 사람들의 애타는 표정으로 장식되었다. 이 사건이 있기까지 그동안 위선의 세계였던 1번가의 실체는 모두 까발려진 상태였다. 위작과 탈세와 투기의 차례로 빈털터리가 된 영희, 장치국(이정길), 강태원(이재용)에 이어 사금융을 운영하며 복권을 불법 매매했던 황용(조성하)까지 검찰 조사를 받게 돼 조폭출신이라는 과거가 다 폭로되었기 때문이다. ‘가식 같은 건 집어치운’ 강태원 부부는 순금(성유리)의 복권 당첨 사실을 알게 되자 당첨금을 혼수로 가져오라 말하며, 다시 그 복권이 식모들 공동의 소유였음이 드러나자 그녀들을 협박해 당첨금을 찾으려 한다. 그 복권은 반쪽으로 찢어졌고, 숫자가 적힌 부분이 바람에 휘말려 날아간 것이다. 허구적 물질의 세계 1번가의 운명은 지금 풍전등화다.
하지만 여기에서 반전이 일어난다. 날아간 반쪽의 로또 뒤에는 유춘작(반효정) 할머니의 전화번호가 적혀있다. 이제 로또 최후의 운명은 평생을 식모로 살다가 죽음을 앞둔 한 늙은 여인의 손으로 넘어가기 직전이다. 춘작은 극에서 일찌감치 사라졌지만 건우의 추적과 로또 뒤 전화번호 복선 때마다 계속해서 소환되곤 했다. 그리고 2회를 남겨두고 미미하지만 끈질겼던 그 존재감이 드라마의 결말을 좌우하게 된 것이다. 이것은 그동안 성실한 노동으로 사회를 지탱해왔으나 ‘보이지 않는 존재’에 머물렀던, ‘식모들’로 대변되는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우리 위선적인 계급 세계에 대해 끊임없이 풍자해왔던 작가의 블랙 코미디에 방점이 찍혀지는 순간이었다. 이런 놀라운 드라마의 결말을 어떻게 기다리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0 아시아 글. 김선영(TV평론가)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