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등 기업인들 역할 부각...반기업 정서 사그라질 듯
[아시아경제 이정일 기자] 강원도 평창이 '삼수' 끝에 2018년 동계 올림픽 유치에 극적으로 성공함으로써 그동안 충돌 양상으로 치닫던 정치권과 재계간 갈등 구도가 화해 무드로 돌아설 전망이다.
특히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 기업인들이 유치 성공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한동안 팽배했던 반기업 정서도 급격히 사그라질 것으로 보인다.
7일 0시 평창의 동계 올림픽 유치 소식이 전해지자 재계는 이른 아침부터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A그룹 관계자는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가 국가적인 경사이기도 하지만 기업인들이 발로 뛰어 일군 값진 성과라는 점에서 매우 고무돼 있다"고 밝혔다.
이미 두번의 실패를 맛본 터라 배수진을 치고 뛰어든 이번 유치전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인 이건희 회장과 동계올림픽유치위원장인 조양호 회장이 전면에 섰다.
이 회장은 경쟁국들의 집중적인 견제 속에 살얼음판을 걷듯 절박한 심정으로 유치 활동에 매달렸고, 조 회장도 만사를 제쳐놓고 글로벌 곳곳을 누비며 표 모으기에 주력했다.
대한체육회장인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도 유치단을 이끌며 지지를 호소했고,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도 지원 사격에 나섰다.
B그룹 임원은 "논공행상을 논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국가적 대사를 성사시킨 데 기업인들이 큰 역할을 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며 "이번 낭보가 그동안 갈등을 빚었던 정치권과 관계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동안 정-재계는 대기업 법인세 감세 철회, 반값 등록금 정책 등을 놓고 설전을 펼쳐오다가 결국 포퓰리즘 논란으로 확전되면서 재벌 총수의 국회 청문회 출석 문제로 충돌하는 사태로 비화됐다.
재계는 정치권의 기업 옥죄기가 선거를 앞두고 불순한 의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고, 정치권도 대기업들이 자신들의 이익 챙기기에만 급급하다고 비난했다.
낭떠러지로 치닫던 양측간 갈등은 현재 국회일정 등으로 잠시 소강상태로 접어든 가운데 이번 낭보가 갈등 해소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재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평창 유치와 관련해 재계 역할론에 여론이 쏠리면서 정치권의 재계 옥죄기가 주춤할 가능성이 높다"며 "기업도 정치권과 갈등이 부담스러운 만큼 당분간 마찰음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평창 개최지 선정은) 대한민국 국민의 승리"라고 치하하는 등 전국이 축제 분위기에 휩싸인 상황에서 정치권이나 재계가 굳이 날을 세우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평창 유치에 공을 세운 기업인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화답할 것으로 관측하면서 그동안 재계를 겨누었던 법인세 감세 철회 정책 추진이나 공정위의 재계 압박의 칼날이 다소 무더질 것을 내심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 않은 만큼 양측이 언제든 재격돌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서영길 IGM세계경영연구원 원장은 "정재계 갈등이 이번 동계 올림픽 유치 성공으로 해소된다거나 하는 시각은 본질을 보지 못하는 해석"이라며 "기업이 하는 역할은 정치, 사회와 달라 충돌이 매번 있을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정일 기자 ja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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