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시스·한샘, 리바트·에넥스 지분율 급감
"M&A 시도 물거품·밀월관계 청산" 분석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최대열 기자]주요 가구업체들이 경쟁사 지분을 일제히 처분하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사정은 다르지만 인수합병 시도가 물거품이 됐거나, 과거 밀월관계를 청산하는 등 나름의 사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5일 가구업계에 따르면 퍼시스와 한샘 등 상위 가구업체들은 자사가 보유한 리바트, 에넥스 등 경쟁사 지분율을 급속히 축소하고 있다.
사무가구업체 퍼시스는 지난 1일 계열사인 시디즈와 일룸을 통해 보유 중인 에넥스 지분 2.42%를 처분해 지분율이 4.38%로 줄었다. 1년 전만 해도 퍼시스는 에넥스 지분을 9.38%나 보유했다. 이를 두고 퍼시스가 그간 진출하지 않던 주방가구 사업에 손대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이 시장에서 나왔다.
반면 회사측은 '단순 투자'라며 선을 그었다. 실제 에넥스의 경우 박진규 부회장을 포함한 대주주 일가 지분율이 30%가 넘어 퍼시스의 지분율은 현재로선 큰 의미가 없는 상황이다.
퍼시스는 경쟁사 리바트 지분도 대거 보유했다. 이를 두고 적대적 인수합병 논란이 일었다. 퍼시스는 시디즈와 일룸을 통해 리바트 지분을 지속적으로 늘여왔으며 2010년 3월에는 지분율이 14.35%에 달했다. 이는 당시 최대주주인 경규한 대표의 지분율을 앞서는 규모다.
하지만 그해 8월 리바트는 우호세력 현대백화점그룹을 '백기사'로 끌어들여 퍼시스의 위협을 막아냈다. 이를 두고 경 대표는 지난 3월 기자들과 만나 "퍼시스가 10% 넘게 지분을 사들인 이유를 단순투자로 보긴 힘들어 현대백화점그룹에 지분매입을 요청했었다"고 털어놨다.
백기사 등장으로 인수합병이 물 건너 간 탓인지, 퍼시스는 2010년 11월 지분율을 13.21%로 낮추며 한 발 물러섰다. 현재 퍼시스의 리바트 보유 지분은 13.91%다.
가구업계 1위인 한샘의 창업주 조창걸 명예회장도 경쟁사 퍼시스 지분을 꾸준히 줄이고 있다. 이는 조 명예회장과 손동창 퍼시스 회장 간 '결별수순'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뿌리가 같은 양사는 한샘이 사무가구 시장에, 퍼시스는 가정용가구 시장에 진출하지 않는 식의 암묵적 협정을 맺어왔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양사 모두 새 브랜드를 선보이며 본격 경쟁에 돌입했다. 이에 2006년 퍼시스 지분 11.6%를 갖고 있던 조 명예회장은 지난해 4.41% 수준까지 지분을 축소했다.
한샘 측은 "조 명예회장이 개인적인 용도로 지분을 처분했을 뿐"이라며 확대해석은 경계했다. 퍼시스를 창업하는 과정에서 조 명예회장이 도움을 주고 지분만 갖고 있었을 뿐 사업적 측면에서 거래하는 일은 없다는 의미다.
신범수 기자 answer@
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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