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성곤 기자]"현대조선소 일당 800원을 받던 경비원의 아들, 고리 사채로 머리채를 잡혀 끌려다니던 어머니의 아들이 집권여당의 대표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줬다."
일당 800원을 받던 비정규직 노동자의 아들이었던 홍준표 한나라당 후보가 집권여당의 당 대표 자리에 올랐다. 지난 1996년 15대 총선으로 여의도에 입성한 지 15년만의 일이다. 홍 대표는 치열한 선두권 경쟁이 예상됐던 전대에서 선거인단 투표와 여론조사 결과를 합산한 결과, 4만1666표를 얻어 1위를 기록했다. 2위와의 표차는 무려 1만표에 육박할 정도로 압도적인 승리다. 지난해 7.14 전당대회에서 조직의 벽을 넘지 못하고 안상수 대표에게 아쉽게 패배한 지 1년 만에 명예를 회복한 것. 출마 선언 당시만 해도 4.27 재보궐선거 참패 책임론이 없지만 내년 총선을 진두지휘할 최적임자로 당원들의 확실한 선택을 받았다.
홍 대표는 집권여당의 대표라는 막중한 지위에 올랐지만 스스로를 줄곧 비주류로 자처해왔다. 온국민이 다아는 모래시계 검사 출신이지만 서울지검 강력부 검사시절 슬롯머신 수사를 하면서 조직선배들을 잡아들여 '미운오리새끼'로 불렸다. 1996년 정계입문 당시에는 여야의 러브콜을 동시에 받을 정도로 국민적 인기가 높았다. 이후 서울에서만 내리 4선을 기록했지만 정치활동 내내 비주류의 길을 걸었다.
야당 시절에는 이재오 특임장관, 김문수 경기지사와 함께 이른바 'DJ저격수'로 불리며 대여공세를 주도했다. 2006년 서울시장 후보 경선, 2007년 대선후보 경선에 각각 나서며 큰 정치를 시도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아울러 고려대 선배인 이명박 대통령을 선배라고 부를 만큼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원조 이명박계로 분류됐지만 계파활동과는 거리를 둬왔다. 현 정부 출범 이후에는 집권여당 초대 원내사령탑을 맡아 신주류로 등극했지만 야당과의 대화정치에도 적극 나서 당 안팎의 반발을 살 정도였다.
홍 대표에 대한 당 안팎의 평가는 엇갈린다. '당당하게 할 말을 하는 정치인'이라는 찬사에서부터 '예측하기 힘든 독불장군'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적지 않다. 이번 전대에서는 특유의 솔직하고 대담한 직설적 화법이 강점으로 작용했다. 내년 대선 국면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한 여권 유력주자들에게 쏟아질 야권의 네거티브 공세를 효과적으로 막아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청와대에 질질 끌려다닌 당청관계를 재정립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것.
홍 대표 앞에 놓인 과제는 적지 않다. 계파정치 종식을 내세우며 당당한 한나라당을 전대 슬로건으로 내걸었지만 쉽지 않은 과제다. 향후 당직인선이 주목되는 부분이다. 또한 등돌린 민심을 되찾기 위한 서민정책도 어떻게 강화해 나갈지 관심이 집중된다. 감세철회, 반값등록금, 무상급식 등 주요 정책은 포퓰리즘 논란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홍 대표는 앞서 서민특위위원장 시절 정부 부처와의 마찰도 두려워하지 않고 강한 드라이브를 걸어왔다.
홍 대표는 대표 당선 이후 "이제 홍준표는 변방에서 중심으로 나왔다. 이제 홍준표의 한나라당 개혁을 시작하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홍준표 대표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프로필] ▲경남 창녕(57) ▲고려대 법학과 ▲부산·울산·서울·광주지검 검사 ▲한나라당 전략기획위원장, 혁신위원장, 원내대표, 최고위원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15∼18대 국회의원
김성곤 기자 skz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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