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수중발레 프랑스 대표 출신, 이혼녀, 두 아들의 어머니, 한 기업인과 동거 중….
성폭행 혐의로 물러난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후임으로 5일(현지시간) 취임하게 되는 크리스틴 라가르드(55) 프랑스 전 재무장관(55)의 사생활을 대변하는 말들이다.
은빛 머리칼의 라가르드는 IMF 본부가 자리잡은 미국 워싱턴 생활에 적응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을 듯하다. 그는 변호사로 잘 나가기 전 미국에서 공부한 뒤 프랑스로 돌아가 정계에 화려하게 입문했다. 억양에서 프랑스인 티가 전혀 나지 않을 정도로 영어는 매우 유창하다.
영국의 데일리 메일은 라가르드에게 문제가 있다면 라이프스타일이 일반 프랑스인 같지 않다는 점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는 채식주의자로 술을 입에 대지도 않는다. 프랑스에서 채식주의에 술도 안 마신다면 그야말로 ‘죄악’이다.
라가르드의 정치 역정은 여느 정치인과 대별된다. 프랑스의 고위 관리들은 명문 ‘그랑제콜’ 출신이 대다수다. 하지만 라가르드는 파리10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프랑스 남부 엑상프로방스의 정치학교(IEP)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1956년 영문학 교수인 아버지 로베르 랄루에트와 교사인 어머니 니콜 랄루에트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러니까 그의 결혼 전 이름은 크리스틴 마들렌 오데트 랄루에트다. 라가르드는 파리에서 태어났지만 어린 시절을 오트노르망디 지방 센마리팀주의 루앙에서 보냈다.
당시 샤를 드골 대통령이 그랬듯 많은 프랑스인은 미국의 언어?문화?사상을 업신여겼다. 그러나 라가르드의 부모는 달랐다. 미국의 모든 것에 대해 개방적이었던 것이다.
15세의 라가르드는 수중발레 프랑스 국가대표 선수로 프랑스 챔피언십에서 동메달을 땄다. 17세 때 아버지가 사망한 뒤 어머니는 4자녀를 홀로 키웠다. 라가르드는 1974년 장학생으로 미국 메릴랜드주 베세즈다에 있는 사립 홀턴암스 여학교에서 공부한 뒤 다시 프랑스로 돌아와 IEP에서 학위를 마쳤다. 이후 국립행정학교(ENA)에 들어가려 했지만 두 번이나 실패하고 파리10대학으로 방향을 틀었다.
1981년 미국의 로펌인 베이컨앤매킨지 파리 지사에 취직한 뒤 25년 간 줄곧 몸 담은 그는 업적을 인정 받아 1995년 베이컨앤매킨지 최초의 여성 임원으로 승진했다. 이어 본사가 자리잡은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여성으로는 처음 1999년 회장 자리에 등극했다.
그가 회장직에 머무는 동안 베이컨앤매킨지의 매출은 50% 늘었다. 2002년 유럽판 월스트리트저널은 라가르드를 역량 있는 여성 사업가 중 5위로 꼽았을 정도다.
그는 첫 결혼에서 두 아들을 낳았으나 이혼하고 지금은 마르세이유의 기업가 크자비에 조캉티와 동거 중이다. 라가르드는 2007년 조캉티와 재혼할 예정이었으나 재무장관에 발탁돼 글로벌 경제위기로 결혼식을 미루게 됐다.
라가르드는 2005년 6월 자크 시라크 대통령 정권에서 통상장관으로 전격 발탁되면서 정계에 첫 발을 내디뎠다. 이어 2007년 니콜라 사르코지 정권에서 농수산부장관을 거쳐 몇 달만에 재무장관으로 취임했다. 이렇게 해서 프랑스 최초이자 주요 8개국(G8) 최초의 여성 재무장관이 탄생한 것이다.
어느 나라 정치인이든 라가르드처럼 엄청난 속도로 승진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실 그에게는 정치에 대한 열정이 항상 살아 있었다. 대학 재학 중에는 윌리엄 코언 미국 상원의원의 보좌관 인턴을 지내기도 했다. 코언은 빌 클린턴 정부에서 국방장관을 지내게 된다.
일각에서는 IMF의 차기 수장으로 왜 또 다른 프랑스 정치인을 택했는지 의아해하고 있으나 라가르드는 자신이 여성임을 강조하곤 한다.
그는 2009년 미국의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와 가진 회견에서 “권력을 대하는 데 여성의 방법과 남성의 방법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라며 “누구든 여성성과 남성성을 함께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성이 더 큰 포용력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포브스는 2009년 라가르드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리스트 가운데 17위에 올렸다.
티모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은 라가르드에 대해 “번개 같은 위트 감각과 진정한 포용력, 프랑스 국익에 해가 되지 않으면서도 프랑스와 특정 상대국의 이견 차이를 좁히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평했다.
그리스·아일랜드·포르투갈이 흔들리는 요즘 라그르드가 IMF 총재로 취임한다고 글로벌 경제위기가 단숨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데일리 메일은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 인물이 있다면 그는 분명 라가르드일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이진수 기자 com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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