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태진, 채지용 기자] SC제일은행 총파업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금융당국이 '유동성 쇼크'에 대비하기 위해 자금상황 긴급점검에 나섰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파업 장기화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유동성 이탈 가능성에 대비해 최근 수시 점검에 돌입했다. 필요에 따라 한은 환매조건부채권(RP), 자금여유가 있는 대형은행의 콜 자금 공여 등을 통해 유동성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SC제일은행의 경우 아직까지 단기 여유자금이 충분하고 대량 예금인출 사태 조짐이 없어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면서도 "경우에 따라 점검 수위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중앙은행으로서 자금 경색에 처한 시중은행이 보유중인 국공채, 통안증권 등을 담보로 RP를 통해 유동성을 지원한다. 이 때 금리는 한은 총재가 결정하는데 통상 자금악화로 인한 대출이기 때문에 시중금리 보다 낮다. 이와 함께 자금여유가 있는 대형은행이 콜거래 자금을 공여토록 유도해 해당 은행의 유동성을 안정시킬 수 있다.
한편 한은은 지난 2000년 2월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합병에 따른 파업과 2003년 6월 조흥, 신한은행 합병 당시 파업 때에도 유동성 보강에 나선 바 있다.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가 발생한 2003년, 특별대책반을 구성해 운영한 한은은 조흥은행에 2조원의 RP를 지원했으며 콜자금 공여도 동원했다. 국민은행 파업 당시에도 타 은행을 동원해 유동성을 지원했다.
금융감독원도 SC제일은행 총파업이 일주일을 넘긴 가운데 고객 대규모 예금 인출(뱅크런)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검사 인력을 본점과 전산센터에 급파했다.
금감원 상시감시팀 한 조사역은 "본점과 전산센터에 각각 검사역 2명씩을 파견했으며, 현장 감시 인력이 따로 하루 8개 지점을 돌면서 예금 상황과 창구 분위기를 파악하고 있다"며 "총 파업 이후 일일 수신 잔고가 미미하게 줄었지만, 의미를 부여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SC제일은행 노사 갈등이 악화될 경우 검사 인력을 늘려 선제 대응할 수 있도록 조치할 예정이며, 뱅크런이 가시화될 경우 한국은행과 협조체계를 구축해 유동성 조기 지원방안을 내놓을 방침이다.
이와 함께 전산센터 직원들의 파업 가담, 노조 집행부 전산망 장악 등 긴급사태에 대비해 전자금융감독규정에 따른 준수사항 이행 여부를 면밀하게 점검할 계획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금융감독규정 시행세칙은 IT시스템 장애, 가동 중지 등 긴급 상황에 대비해 백업시설 구성, 방법 및 정상 복구 절차를 시행하고, 해커 등 침입탐지시스템을 설치할 경우에는 감독원장 인증 장비를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조태진 기자 tjjo@
채지용 기자 jiyongch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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