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삼성그룹이 이례적으로 삼성전자의 조직을 개편하고 사장단 인사를 단행한 대의(大義)는 부품사업부의 상호 연계성을 높여 시너지를 강화하면서 대외적으로는 독립성 강화해 해외 구매선의 불만을 불식시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그 속내를 보면 그동안 실적이 부진했던 장원기 LCD사업부장에 대한 문책성 메시지와, 특히 부품 쪽에 그룹 재무정통인사를 배치해 철저한 실적위주의 경영에 나서겠다는 의도가 강하게 내재돼 있다.
1일 삼성그룹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부를 폐지하고 DS(Device Solutions)사업총괄을 신설해 메모리사업부와 시스템LSI, LCD사업부를 관장토록 했다. 반도체사업부장을 맡았던 권오현 사장이 총괄사장을 맡게 되고 LCD사업부장이었던 장원기 사장은 CEO 보좌역을 담당한다.
장사장 은 DS총괄 사업의 제조 및 설비 일류화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삼성은 설명했지만 그동안 실적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당분간 중국 쑤저우 LCD공장 설립업무에 치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인사에서 업무영역이 축소된 CEO급은 장 사장이 유일하다.
이인용 삼성그룹 부사장은 “해외거래선은 이번 조직의 변화를 부품 독립성 강화 조치로 인지하며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DS사업총괄은 메모리와 시스템LSI, LCD는 물론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와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부품사업의 기술개발, 제조, 구매, 대형거래선에 대한 영업 등 시너지를 제고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해외 부품 거래선들이 부품부족 현상이 빚어질 때 삼성이 자사에 먼저 공급하고 나머지 물량만 시장에 푸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많이 보냈다”며 “이번 조치가 시장의 억측을 푸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앞으로 부품사업의 수익성 위주 경영은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될 전망이다.
DS사업총괄 경영지원실장에 삼성그룹 대표 재무통인 김종중 삼성정밀화학 사장이 선임됐기 때문이다.
실장으로 선임된 김종중 삼성정밀화학 사장은 1984년 삼성전자 경리과로 입사해 비서실 재무팀, 구조조정본부 재무팀 임원, 전략기획실 전략지원팀 담당임원을 거쳤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김 사장이 경영지원 실장이 정통 엔지니어인 권오현 사장을 보좌토록 한 것은 부품사업에 대한 실적관리를 수치로 보이라는 이건희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권 사장은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나와 삼성전자에서는 반도체 개발업무만을 주로 담당해 왔다.
최근 갤럭시 시리즈로 삼성전자의 입지를 강화하는데 기여해 온 신종균 사장은 무선사업부와 함께 디지털이미지 사업부를 총괄하게 돼는데 향후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에서 카메라의 역할이 갈수록 커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수장을 한 사람으로 둬 ‘시너지’를 높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인용 삼성 부사장은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은 부품과 세트를 총괄하는 기존 역할에는 변함이 없다”며 “부품쪽에서 3명에게 보고 받던 것을 권오현 사장으로부터만 보고받게 돼 보고라인이 짧아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부사장은 “일각에서 그룹 경영진단과 이번 조직 및 인사를 결부짓지만 이번 인사에서는 부정 문제와 연관된 부분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박성호 기자 vicman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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