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노조제 시행 첫날···기업들 움직임은
현대證·우리證 등 증권·금융계가 주도
제조업 분야는 아직 분위기만 살펴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김승미 기자] 복수노조 제도 시행 첫날인 1일 오전 대우증권과 현대증권만 설립 신청서를 제출했을 뿐 우려와 달리 한산한 모습이다.
주요 기업에서 설립 움직임이 포착됐지만 드러나지 않고 있는 것은 당장은 시기가 아니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대우증권 복수노조는 이날 오전 9시 서울 마포구에 소재한 고용노동부 서울지청에 노조 설립 신고서를 제출해 복수노조 1호로 등록됐다. 새로 설립되는 노조는 지점 직원들이 중심이 되는 리테일 노동조합으로, 노조측은 본점과 지점간의 근무 환경 및 영업환경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설립했다는 설명이다.
손화성 노조 준비위원장은 "대우증권 복수노조 출범은 우리나라에 복수노조 필요성을 알리고 한국 노동운동의 새로운 지평을 열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우증권 지점 직원들은 1500명 수준으로, 리테일 노조는 이들 직원들 모두를 가입시킨다는 방침이다.
현대증권도 이날 신청서를 제출했다. 민경윤 현대증권 노조 준비위원장은 "이날 오전 고용부에 설립 신고서를 제출했다"며 "기존 집행부가 주도하는 이번 복수노조 설립은 사측과의 협상력을 키우고 조합원을 포함한 전 직원의 권리를 높이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앞서 복수노조 설립을 천명한 우리은행은 제출 일정이 다소 늦어질 전망이다. 우리은행 기업별 노조 설립준비위원회측은 "오는 8일 은행의 인사이동이 있어 자리가 잡힌 후 등록할 예정이다"라며 "11~12일을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밖에 구미에 소재한 KEC와 인천에 있는 택시업체 한성운수도 전국 관공서가 문을 연 오전 9시와 동시에 복수노조 설립 신고를 마쳤다.
증권ㆍ금융 쪽에서 복수노조 설립에 나서는 것은 기존 노조가 대부분 사측의 입장만 대변하는 어용에 가깝다는 비판과 조합원중에서도 정규직과 본사 등 일부만 감싸안고 있다는 구조적인 한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복수노조 설립 붐은 사무직에 이어 서비스업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제조업 분야에서는 아직 뚜렷한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일부 기업에서 사업장 주변 지방 노동사무소에 인사ㆍ노무 담당 직원을 보내 분위기를 살필 정도로 긴장했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조용하다는 것이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이 지목했던 대표적 무노조 기업인 삼성과 포스코도 "문제 없다"는 반응이다. 직원들의 복지제도를 확대ㆍ개편하는 한편 의결 기구인 노사협의회를 통해 경영 현황에 대한 논의의 범위를 늘리는 등 '소통'을 강화한 게 주효했다는 것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과거 조합원 수가 2만명에 달할 만큼 강성 노조로 이름을 날렸으나 노조 자체적으로 문제점이 불거지며 직원들 사이에 노조에 대한 신뢰가 크지 않다"라며 "전사 차원에서 직원들의 복지 문제를 해결해주는 여가시간을 대폭 늘린 4조 2교대를 시행하는 등 근무 조건을 개선함으로써 특별한 노사 갈등도 없다"고 설명했다.
'복수노조 대응 특별 단체교섭지원단'을 운영하고 있는 한국경영자총협회측은 "제조업 부문은 사측은 물론 기존 노조의 견제도 뚫어야 하므로 새 노조가 세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살아남기가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총은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가 오래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상징적인 노조가 만들어지면 이후 대기업 군소 계열사나 중소기업 등을 중심으로 설립이 봇물을 이룰 것"이라면서 "기존 노조와 새 노조간의 관계를 어떻게 조율할지에 대한 사측의 고민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09년 말 기준 노조 수는 4689개이며, 전문가들은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1년 이내에 400~500개 노조가 더 생길 것으로 전망했다.
채명석 기자 oricms@
김승미 기자 ask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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