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송화정 기자]기자가 다섯 달 전 코스닥시장 취재를 맡게 됐을 때 맨 먼저 들은 것은 '조심하라'는 조언이었다. 문제기업 투성이에 '꾼'들이 판을 치고 있다는 것이다. 골칫덩이를 떠안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얼마뒤 결산기를 맞았다. 아니나 다를까, 멀쩡한 줄로만 알았던 기업들이 하루 아침에 시장밖으로 쫓겨났다. 어닝 서프라이즈와 고배당 소식이 줄을 이은 코스피 시장과는 전혀 딴 세상이었다. 빈발하는 횡령과 배임 공시는 '코스닥=문제아'라는 인식을 더욱 확고하게 만들어줬다.
하지만 현장의 기업들을 직접 만나보면서 생각에 변화가 생겼다. 그들에게는 '좋은 기업'이 되고자 하는 꿈이 있었다. 코스닥시장은 그들이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의 공간이었다. 지금은 유가증권 시장에 소속돼 있지만 한때 코스닥을 대표했던 NHN이라든가, 대장주 자리를 새로 꿰찬 셀트리온 등 실제로 코스닥에서 꿈을 이루고 성장한 기업이 적지 않다.
시장을 관리하는 한국거래소도 코스닥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상장폐지 실질심사 제도와 소속부제를 도입하고, 투자주의 환기종목을 지정하는 등 시장의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들을 속속 내놨다.
미운 오리새끼 코스닥시장은 지금 백조의 날개짓을 위한 성장통을 겪고 있다고 기자는 믿는다. 그런 점에서 기자는 보다 강력한 '부실발견' 장치가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장 전체가 불신을 벗지 못하는 것은 소수의 문제기업들이 숨어있는 탓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더욱 투명하게 경영정보를 공개하고, 당국과 시장은 이를 더욱 엄격하게 감시해야 할 것인데, 이는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퇴출을 강화하는 만큼 시장진입도 보다 용이해져야 할 것이다.
투자자들의 변화 역시 필요하다. 자신이 사고자 하는 기업에 대해 더욱 철저히 조사하고 충분히 정보를 수집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시장의 기대와 관심을 한몸에 받으며 태어났던 코스닥시장이 몸집만 커진 채 어느덧 열 다섯살 생일을 맞았다. 꿈을 가진 기업과 투자자들에게 명실상부한 기회의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혁신에 박차를 가할 때다.
송화정 기자 yeekin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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