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인천 계양구의 한상훈(가명ㆍ39)씨는 얼마 전 눈물을 머금고 아파트를 팔았다. 더 이상 '하우스푸어' 생활을 계속하기 싫어 급매물로 처분했다.
한 씨는 지난 2008년 초 2억 원을 대출받아 집을 샀지만 기쁨은 잠시였다. 집을 산 뒤 월 수입 250만 원 중 이자 100여만 원을 뺀 나머지 돈으로 간신히 생활하는 '하우스푸어' 신세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그동안은 아이들 학원비 대기도 힘들었다. "집값 다시 뛰겠지"라는 희망으로 버텼다. 그러나 최근 금리가 잇따라 오르면서 매달 내는 이자가 갈수록 늘어났다. 게다가 물가 상승으로 생활비 등 가계 부담이 커진데다 집값이 계속 떨어지자 결국 '세입자'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최근 들어 한씨 처럼 금리 인상과 집 값 하락 등의 영향으로 '하우스푸어'들이 내 집 마련의 꿈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동안 집 값 하락 현상이 일시적인 것이라 믿고 이자를 내면서 버텨왔던 이들이 한계점에 다다르고 있기 때문이다.
하우스푸어들의 '내 집 포기' 행렬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가뜩이나 집 값 하락으로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한시라도 빨리 집을 팔려는 하우스푸어들이 시세보다 싼 급매물로 집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서민들의 삶의 의욕과 희망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한 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하우스푸어'는 108만 가구로 전체 주택 보유가구의 10%에 한다. 특히 경제활동기간이 짧은 30대와 수도권 아파트 소유자들 중에 많다. '하우스푸어'들은 투자나 재테크 차원에서 집을 산 게 아니라 내 집 마련의 소원을 이루고 싶은 평범한 서민과 중산층들이다.
더 이상 이들에게서 내 집 마련의 꿈을 포기하도록 권하는 사회는 안 된다. 중산층 붕괴로 이어져 사회 문제화는 물론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빚과 집 투매가 구조적으로 진전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우선 분양가를 낮춰 처음부터 빚을 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금융권도 하우스푸어들의 금리 인상에 따른 충격을 줄일 수 있도록 자율적으로 거치 기간이나 상환 기간을 연장해 주는 등 선제적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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