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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그토록 상생 떠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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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그토록 상생 떠들더니.. 이승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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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현장에서 접하는 대중기 상생 기조에는 공통된 패턴이 있다. 중소기업계가 대기업에 대해 (대체로 필요한) 상황 개선을 요청한다-대기업은 답이 없다-정부와 언론의 지적이 잇따른다-뒤늦게야 대기업은 마지못해 액션을 취한다. 정확히 이 순서다. LG서브원이 13일 더 이상 중소기업을 상대로 사업하지 않겠다고 밝히기까지의 과정도 마찬가지다.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은 기업이 사용하는 사무용품, 공구 등의 자재 구매를 대행해 주는 사업이다. 대기업이 하기에는 민망한, 그야말로 중소기업만을 위한 영역이다. 하지만 애초 비용절감이 이유라던 대기업 MRO들은 정부공공조달, 중소기업까지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견디다 못한 영세 소상공인 단체가 조정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 벌써 1년여전인 지난해 4월이다.

대기업 MRO 상위 4개사 중 3개사는 지난 3일 "사업영역을 계열사 및 1차 협력사로 한정하겠다"고 밝혔지만 LG서브원은 "의견이 다르다"며 합의를 거부해 왔다. LG서브원은 지난해 매출만 2조5000억원에 달하는 MRO업계 매출 1위 업체다. 조 단위 매출을 넘나드는 이 회사는 영세 상인들의 절박함을 두고 뒤돌아섰다.


조정안에 합의하기는 했지만 LG서브원은 입이 단단히 부어 있는 것 같다. 소상공인 관계자는 "합의를 하기는 했지만 그쪽은 '우리가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는 입장이더라"고 전했다. 지난 열흘간 정부와 언론에서는 대기업 MRO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LG서브원은 합의를 거부한 후 외부에서 쏟아지는 비판의 소리에 마지 못해 합의에 나선 느낌이 짙다.


지난해 이명박 대통령은 대중기 상생을 두고 "제도ㆍ규정이 아니라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압된 상생은 외부 환경이 바뀌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타의가 아닌, 자의에 의한 상생이 중요한 이유다.


사무실에 앉아 상황 변화를 지켜보다가 나중에야 미적거리며 대책을 내놓는 것은 이제 그만둬야 한다. 자신에게는 선택 가능한 옵션의 하나지만 상대방에게는 생존의 문제인 까닭에 좀 더 진지해져야 한다. 소상공인들은 오는 15일 나머지 13개 대기업 MRO도 중소기업 대상 시장에서 철수할 것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 예정이다. 13개사가 바람직한 상생의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이승종 기자 hanarum@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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