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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브레인 스포일러에 흔들리는 증시

시계아이콘00분 56초 소요

[아시아경제 박지성 기자]지난 23일 장 초반 LG전자 주가가 7% 이상 급락하자 증권가는 이유 찾기에 바빴다. 특별한 악재가 없는 상황이라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수급 외에는 이유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수급 악화의 원인은 메신저를 통해 빠르게 퍼졌다. 5조원 이상의 자금을 운용 중인 브레인투자자문이 LG전자를 팔았다는 것이다.


비슷한 일은 25일과 26일에도 반복됐다. 지난 25일 태양광 관련주인 OCI가 11% 이상 급락하자 한국창의투자자문이 보유지분 중 일부를 팔았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26일에는 브레인을 비롯한 몇몇 자문사가 삼성SDI를 산다는 소문이 메신저로 퍼지며 삼성SDI가 9% 넘게 급등했다. 결국 박건영 브레인투자자문 대표가 각 증권사 법인영업부에 OCI를 판적도 삼성SDI를 산적도 없다는 이메일을 보내며 진화에 나서는 촌극까지 발생했다.

이번 주에 일어난 자문사의 포트폴리오 유출은 일부는 사실이고 일부는 사실이 아니다. 사실 여부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자문사의 매매정보가 시장을 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자문사에 대한 쏠림이 커지면서 예상됐던 일이었고 특별한 대책이 없다는 점에서 반복될 가능성 또한 높다. 이미 자문사의 거래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을 확인한 투자자들은 자문사의 매매를 따라해야 한다는 유혹을 이기기 쉽지 않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손을 놓고 있다는 사실이다. 금융감독원은 현재로서는 사후적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으며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주의 깊게 살펴보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내놓고 있다. 피해자면서 졸지에 가해자로 몰린 자문사들은 해명과 리스크 관리를 위한 대책 마련에 분주하지만 이들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자문사의 포트폴리오는 원칙적으로 투자 당사자에 한정해 2거래일 이후 공개된다. 하지만 이미 여러 차례 실시간으로 포트폴리오가 노출되면서 제도의 맹점은 드러났다. 자문사 문제의 핵심은 비대칭적 정보와 이를 악용하려는 사람들에 있다. 포트폴리오 노출에 대한 제도 개선도 필요하고 루머를 퍼트린 사람에 대한 조사와 처벌도 필요하다. 소문의 통로가 명확하다는 점에서 그렇게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




박지성 기자 jiseong@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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