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글로벌 상품시장이 원자재 수입에 활발하게 나서지 않고 있는 중국의 태도에 주목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9일 보도했다.
면화, 철광석 등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들여 '원자재 블랙홀'이라고 불리던 중국은 올해 글로벌 상품시장에서 이례적으로 조용한 모습이다. 중국의 강한 원자재 수요 때문에 상품 가격이 치솟을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와는 달리 중국의 원자재 수입은 귀금속, 원유를 제외하고 대부분 급감하고 있다.
중국의 정련 구리(refined copper) 수입량은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 5월 중국의 정련 구리 수입량은 14만9325t으로 최근 30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4월과 비교해서는 그 양이 6.9%나 줄었다. 1~5월 누적 정련 구리 수입량은 전년 동기대비 25%나 감소했다.
중국의 원자재 수입 감소는 지난해 쌓는데 공들였던 재고가 줄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계속되고 있다.
화력발전용 석탄(thermal coal)은 재고 급감 추세가 가장 두드러진 원자재 중 하나다. 톈진항 인근 석탄 재고량은 2월 꼭지를 찍은 후 가파르게 하락중이다. 항저우에서 활동하는 한 석탄 트레이더도 "현재 중국의 석탄 재고량은 그리 많지 않다"며 "많은 항구의 석탄 재고 창고가 비어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상하이 구리 재고는 6월 초 기준 35만~40만t으로 3월 중순 70만t에서 절반으로 줄었다. 알루미늄의 경우도 재고량이 연초 44만3000t에서 현재 27만t으로 줄어든 상태다.
세계 최대 원자재거래업체 글렌코어의 이반 글라센버그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중순 중국의 원자재 수요 감소에 대해 경고하며 "중국의 수입이 급감할 것이고 당분간 이러한 추세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상품시장 전문가들은 중국의 원자재 수입 감소가 중국 정부의 강도 높은 긴축 정책, 둔화되고 있는 경제성장률, 늘어나고 있는 자국 원자재 생산, 쌓아 놓은 재고 소진 등과 관련이 깊다고 진단한다. 여기에 미국의 경제회복이 불확실하고 그리스 문제가 세계 경제 리스크로 떠오르면서 중국이 원자재의 수요를 수입에 의존하기 보다 쌓아놓은 재고에서 해결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중국이 더 이상 원자재 블랙홀 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글로벌 상품 시장에서 원자재 가격 하락은 피할 길이 없다. 상품 가격 뿐 아니라 BHP빌리턴, 발레 등 원자재 관련주의 주가도 중국이 어떠한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상승과 하락의 방향이 갈린다.
다만 일각에서는 중국이 지난해 쌓아놓은 원자재 재고의 상당량을 이미 소진한 만큼 다시 재고를 채우기 위해 원자재 수입량을 늘릴 수 있다는데 기대를 걸고 있다. 런던 소재 크레디트스위스(CS)의 릭 데버렐 상품시장 리서치 대표는 "중국은 조만간 원자재 시장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여름이 지나면 중국의 원자재 수입이 증가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박선미 기자 psm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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